인색해지는 개성공단 추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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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개성공업지구가 출범하고 초창기 때만 해도 상당수 기업이 명절 때 관행적으로 북측 노동자들에게 다양한 선물을 제공했지만, 요즘엔 초코파이 몇 개 주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민속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추석 때 3일을 쉬는 남측과는 달리 북쪽은 추석 당일 하루만 쉽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 연휴 기간 중에 아시는 것처럼 일요일만 개성공단 하루 휴무를 하고 월요일부터 계속 휴무 없이 일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일이 별로 많지 않은 일부 업체에선 개별적으로 쉬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들은 해마다 추석과 설 등 민속명절이 다가오면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집니다. 북측 근로자들에게 나눠줄 명절 선물을 고르는 일 때문입니다.

추석 선물은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품목은 정해져 있습니다. 명절 선물이 달라 불만이 생길 여지가 있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겁니다. 때로는 업체끼리 비공식적으로 회의를 열어 품목을 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주기업 대표 : 회사별로 차이가 있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조그마한 걸로 초코파이 1상자 정도 줄 생각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최근 대부분 명절 선물은 초코파이이며, 몇몇 업체에선 떡도 줍니다. 명절 때 나눠주는 초코파이는 보통 12개가 들어있는 선물용 1상자입니다.

일부 기업은 선물 없이 명절 특식만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누와 치약, 세수수건 등 생활용품과 육류, 설탕, 밀가루 등 먹거리도 가끔 제공됐으나, 요즘에는 거의 사라졌다는 게 입주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경색된 남북관계로 경영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만, 한국 상품의 반입을 꺼리는 북한 당국의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입주 기업이 제공한 선물 등이 황해도 지역의 장마당에서 폭넓게 유통됐다고 한국 언론과 외신 언론이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자기기를 만드는 한 입주기업 대표는 “요즘엔 성의 차원에서 주는 초코파이도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초코파이를 명절 선물로 주는 것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