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이란과 협상 때 목표· 전략 확실해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듭 이란과 북한 등 핵개발 국가와 직접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가운데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 나라와 협상을 벌일 때 확실한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란과 조만간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문제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북한하고도 직접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을 해결할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런 미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이나 이란과 협상을 벌일 때 미국은 확실한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원칙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박사의 말입니다.

Bush: 미국은 우선 스스로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충분히 정리할 필요가 있고 상대방의 입장도 잘 파악하는 한편 그에 대한 대안(countermeasure)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협상 상대방이 회담을 단순히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거나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미국은 주변의 이해 당사국과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남한과 일본, 중국이 해당하고 이란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P5)과 독일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이란 등과 외교적 접촉을 할 필요가 있지만 이러한 외교가 일방적인 양보를 의미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며 외교와 협상은 단지 그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는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과 협상할 때 중요한 점은 먼저 그 나라가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적인 대가(genuine benefits)를 제안하는 한편 미국이 그 나라에 원하는 최소한의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이를 꼭 지키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일 북한이나 이란이 미국의 요구 사항에 따르지 않으면 미국은 회담에 연연하지 말고 가차없이 협상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닉시 박사는 말했습니다.

Niksch: 미국은 상대방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요구 사항을 정하고 그 요구가 지켜지지 않을 때 미련 없이 협상장을 떠나야만 합니다. 미국이 정한 금지선(red-line)을 상대방이 넘었을 때 양보해 이를 용인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닉시 박사는 불행하게도 과거 2년 동안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협상 전술에 밀려 북한에 대한 요구 수준을 계속 낮춰왔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도 9일 사설에서 과거 10년 동안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북한의 도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상을 제공하면 더 큰 도발을 유발할 뿐이며 이런 전략으로는 북한이 진정한 핵 폐기를 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