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미국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이번 방북을 '사적인 방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북한과 미국은 관계 개선의 여지를 놓고 탐색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이르면 다음 주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AP통신은 슈미트 회장이 미국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끄는 “사적이고 인도주의적 목적의 방북”에 동참할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인물입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구하는 임무를 맡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 씨의 석방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목적도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슈미트 회장의 방북 목적이나 방문단의 규모 등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은 사적인 방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 대해서 우리 정부로서는 특별히 코멘트할 사항은 없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슈미트 회장이 북한에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AP통신은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 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 관리들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배씨를 간첩혐의로 억류하고 있음을 최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배씨의 석방 문제와 관련한 양측의 논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2기 행정부와 북한 김정은 지도부가 관계 개선의 여지를 간접적으로 탐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지적합니다.
장용석: 책임있는 미국의 당국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지닌 기업인과 정치인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북측의 기본적인 입장을 타진할 수 있고, 또 북한도 일정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관계개선 또는 대화 모색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을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던 리처드슨은 지난 1994년 이래 수차례 방북한 바 있으며 이 중 두 차례는 북한에 강제 억류된 미국인 석방 협상을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이번 방북에 왜 슈미트 회장이 동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파악되는 바가 없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슈미트 회장의 방북이 사업 계획과 관련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소식통은 “슈미트 회장이 북한에 인터넷 관련 설비를 기증하는 등의 인도적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어쨌거나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슈미트 회장이 동행하게 됨으로써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방북은 국제사회로부터 좀 더 높은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