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클린턴에 방북 제안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 5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난관에 봉착한 미북 관계를 풀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미국의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한반도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장관이 "고려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아직 고어 전 부통령을 특사로 파견하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이 전문가는 주장했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16일 미국의 연방하원에서 열린 북한 관련 청문회에서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 측의 고위급 특사를 북한에 보내야 하는지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이 청문회에서 잭슨 리 의원은 북한이 한국계 유나 리 기자와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기자를 정치범으로 억류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처사는 학대 (abusive process) 이며, 어처구니없고 잔인무도한(ridiculous and outrageous)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정책센타(Center for International Policy)의 셀리그 해리슨 아시아 담당 국장은 여기자 문제를 포함해 북한과 긴장을 해소하려면 미국 정부가 고어 전 부통령을 대북 특사로 파견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리슨 국장은 고어 전 부통령이 지난 5월 11일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자신이 평양을 방문해 미국과 북한 간 교착 상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해리슨: 클린턴 국무 장관은 고어 전 부통령에게 "요청을 고려해보겠다"고 했지만,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대해 묵묵부답입니다.

해리슨 국장은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한 답을 미루고 있는 이유로 여기자 문제와 핵 문제를 분리하면서 인도적 사안으로만 국한하려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비현실적"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해리슨 국장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원하고 있고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길 원한다면서, 미국 정부가 대북 특사를 보내 북핵 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토마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북한에 여기자 문제가 핵을 비롯한 정치, 안보적 사안과는 개별적인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는 사람를 대북 특사로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허버드: 미국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6자 회담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통한 다자협상이 일정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대북 특사는 좋지만, 북핵 협상을 비롯한 정치 안보의 노력을 건드리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담당 국장은 미국 정부가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석방시키기 위한 정부 관리보다는 개인 신분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을 대북 특사로 선택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나이더: 양자 협상도 중요하지만, 6자회담에도 계속 무게를 둬야합니다. 6자회담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장소이며, 나머지 5개 국가의 긴밀한 공조를 보여주는 그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보수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부시 박사는 고어 전 부통령이 너무 고위급이라 면서 대북 특사로 부적합 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박사는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북측에서 거절당했기 때문에, 전 고위 관리인 고어 전 부통령을 보내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대북 특사로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고려해볼만 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제껏 여기자 석방과 핵 문제는 개별 사안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