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때 아닌 잔디심기 지시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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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유럽처럼 땅이 보이는 모든 곳에 잔디를 심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현실을 무시한 황당한 지시"라며 불만스러워 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직 눈도 채 녹지 않았는데 북한 당국이 난데없는 잔디심기를 지시해 주민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가뜩이나 자연재해에 취약한 북한이 잔디심기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주민들 속에서 나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소식통은 “2월 23일에 있은 간부강연회에서 ‘유럽처럼 땅이 보이는 모든 곳에 잔디를 심으라’는 김정은의 방침이 전달됐다”며 “앞(내륙)지대의 공장기업소들은 벌써 잔디심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방침의 출처와 관련해 소식통은 “잔디심기는 훼손된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전쟁준비를 위해서도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한 김정은의 발언을 설명하면서 “최근에 있은 군부대 방문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양과 사리원을 비롯해 ‘앞 지대’는 이미 잔디심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눈이 녹는 즉시로 잔디심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양강도에서도 매 공장기업소들에 잔디 심을 구역을 미리 지정해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유럽식으로 자연경관을 조성해 토지의 유실을 막고 환경오염도 막자는 것”이라며 “철길주변과 도로주변에서 보이는 모든 야산, 도시의 빈 공간들에 모두 잔디를 심으라는 것”이라고 방침의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또 공장기업소들에 내준 과제와 별도로 매 인민반과 근로단체 조직별로 잔디심기 과제가 떨어졌다며 결국 한사람 앞에 2중, 3중의 잔디심기 과제가 부여된 것이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소식통들은 잔디심기 지시와 관련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은 “무턱대고 잔디를 심으라면 잔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냐?”며 “결국 다른 곳에서 잔디를 떠다가 심으라는 얘긴데 이거야 말로 ‘아랫돌 뽑아 윗돌을 고이라는 만큼이나 황당한 지시가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잔디심기 지시는 결국 또 다른 국토파괴 행위”라며 “워낙 큰물 피해에 취약한데 그나마 있는 잔디를 마구 떠 옮겼다가 올여름 큰 비라도 내리면 그 피해를 누가 감당하겠냐”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