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세대별로 ‘잔디씨’ 바치라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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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각종 사회적 부담을 없앤다고 선포한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잔디 씨까지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인민반과 근로단체 조직들마다 제각각 잔디 씨를 바칠 것을 강요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매 인민반 가정세대들과 고등중학교 학생들, 당 세포와 청년동맹을 비롯한 근로단체 조직들에 잔디 씨를 수집해 바치도록 지시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인민반과 사회단체 조직들에도 제 각각의 잔디 씨 모집 지시를 내려 주민들은 2중, 3중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강조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소식통은 “사회적 부담을 없앨 데 대한 (김정은의) 지시가 올해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며 “하지만 사회적 부담이 없어지기는커녕 이젠 잔디 씨까지 수집해 바치라고 해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매 세대 당 400그램, 근로단체 조직들에 400그램, 중학교 학생들도 200그램씩의 잔디 씨를 바치라는 과제가 떨어졌다”며 “중학생이 있는 4인 가족의 경우에는 보통 1kg이 넘는 잔디 씨를 모아서 바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잔디 씨를 수집하는 기간은 7월 10일부터 30일까지 사이라며 그렇게 기간을 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 전에는 잔디 씨가 여물지 않고 그 이후에는 잔디 씨가 모두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들어 갑자기 잔디를 많이 심을 데 대한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 잔디 심기를 ‘전 군중적 운동’으로 벌리고 있다며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논밭의 김이나 하나 더 매겠다”는 주민들의 불만을 얘기했습니다.

북한 언론들은 지난 5월 일제히 ‘잔디연구소’를 시찰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 땅을 백화 만발하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으로 만드는 것은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라고 지적했다는 보도를 내 보낸 바 있습니다.

이러한 김정은의 발언이 있은 뒤 거리와 마을 주변 산들에 잔디를 심을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고 주민들 모두가 아침저녁으로 잔디를 떠 옮기는 일에 동원됐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국가적으로는 잔디 씨까지 모으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정작 도로주변과 마을 공터들에 옮겨 심은 잔디는 절반 이상이 다 죽었다”며 “떠다 옮기기만 했지 관리를 안 하는데 잔디인들 어떻게 살 수 있겠냐?”며 현실감 없는 당국의 잔디심기놀이를 비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