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편 배달 보다는 컴퓨터 인터넷을 이용해 연하장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남북한의 연하장 문화를 비교해드립니다.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남북한 우편국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집니다.
급증하는 연하장 때문입니다.
부모형제는 물론 스승과 친구들까지 보낼 데는 많지만, 종이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연하장을 직접 만들어 보냅니다.
각 지역에 있는 체신소가 연하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보통 12월초부터 12월말 사이에 연하장을 보냅니다.
자강도나 량강도처럼 지형이 험준한 곳이 많아 연하장이 배달되는데만 열흘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북한에는 전화가 거의 없고, 컴퓨터가 있다 하더라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어 오로지 우편배달부의 자전거에 의존해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종이 연하장 보다는 인터넷을 이용해 전자우편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멀고 오지에 있는 사람에게도 자기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정확히 보낼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내는 연하장은 편리하지만, 종이 연하장에 비해 정감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입니다.
탈북자 서재평 씨입니다.
서재평: 물론 인터넷으로 보내는 연하장도 자신이 직접 글을 쓴 것이지만, 종이에다 자필로 꼭꼭 눌러 쓴 것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어요. 종이 연하장은 사람의 체취가 느껴집니다.
연하장에 쓰는 문구는 대체로 건강에 관한 것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요즘 들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개성 있는 문구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구가 “부자 되라”는 말입니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인사말처럼 자주 쓰일 정도입니다.
북한에서는 편지가 검열을 받는 것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연하장의 문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연하장에서도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배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령의 배려’ 나 ‘혁명과업 수행’ 등의 단어도 연하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의 연하장을 보면 “축원합니다” 와 같은 표현은 잘 쓰지 않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축원합니다”는 오로지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로 쓸 때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한 표현들이 오랜 기간 굳어져 와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