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강국을 표방한 북한에서 컴퓨터 교육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평양의 대학들과 영재 학교에서는 컴퓨터를 기부하는 학생들을 '특례 입학'시키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체제에 지식경제산업이 크게 뜨면서 북한 대학교들이 컴퓨터 교육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대학들에서 컴퓨터 교육 비중이 크게 늘면서 컴퓨터와 전산기기들을 구입하기 위해 '특례입학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다"고 20일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4월 초에 개학한 평양의 모 대학에서 추가 대학생 모집 공고를 냈다"면서 "모집 대상자 선발은 컴퓨터를 몇 대나 바칠 수 있는가가 주요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김일성 종합대학 전자도서관과 전산실 등을 전국의 교육기관들에 보여주고 그대로 꾸리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조선이 말하는 지식경제 건설은 사회 전반을 컴퓨터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전 세계를 잇는 국제적인 인터넷에 접속하는 게 아니라 북한 내부만 연결하는 인트라넷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교육에 필요한 전산설비를 국가에서 대주는 게 아니라 자체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들의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통은 "공장은 제품을 팔아 비용을 마련할 수 있지만, 교육기관은 정말 돈 나올 데가 없다"면서 "입학생들 가운데 컴퓨터를 기부하는 학생들을 특례 입학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주의 나라처럼 사립대학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대학을 전부 운영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부담시킬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기여입학제는 북한에서 최고 영재 교육기관으로 소문난 평양 제1고등 중학교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은 "1고등 중학교에서 컴퓨터 10대를 바치는 학생을 입학시키겠다고 공고를 내 여러 학생들이 도전했다"면서 "1고등을 졸업하면 김일성대학이나 김책공업대학 같은 데 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새 컴퓨터 가격도 미화 천 달러하는데, 새것으로 하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웬만한 대학들은 대당 200달러가량 하는 중고 컴퓨터로 갖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학마다 컴퓨터 전산실이 꾸려진지는 꽤 됐지만, 컴퓨터가 자주 고장 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줘야 하므로 '기여 입학제'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소식통은 "기여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 간부과에 수시로 불려가 컴퓨터 주변 기기 등을 구해오라는 지시를 받는다"면서 "이런 학생은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차피 1고등 중학교의 수업 수준이 높기 때문에 웬만한 학생들이 따라오기 힘들지만, 그래도 돈이 있으면 퇴학되지 않고 졸업까지는 갈 수 있다"고 현 북한의 교육실태를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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