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을 치른 북한이 어제 대규모 추도대회를 끝으로 김 위원장의 장례 행사를 모두 마무리했는데요.
북한 전문가들은 나이 어린 후계자 김정은이 측근들에 의존해 당분간 후견정치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대규모 추도대회가 29일 오전 11시 북한 전역에서 일제히 개최됐습니다.
평양에서는 평양 시민 10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김일성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후계자 김정은을 비롯해 리영호 총참모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당·정·군의 실세들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추도사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았습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추도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선군정치로 북한을 군사강국으로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혁명의 앞길에 김정은이 서 있다며, 김정은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정오엔 평양과 각 도청 소재지에서 조포가 울렸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모든 주민이 3분간 묵념을 했습니다.
추도대회를 끝으로 김 위원장 장례행사를 모두 마친 북한은 바야흐로 후계자 ‘김정은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에 대해 ‘21세기 태양’ ‘어버이’라는 극존칭을 써가며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후계자 김정은이 권력의 핵심인 인민군 최고사령관과 당 총비서 자리에 언제 추대 되는가 입니다.
이중 최고사령관 직 승계는 일단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 “김정은은 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 최고사령관 3가지를 승계해야 하는데요. 일단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직을 가장 먼저 승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기는 아마 빠를수록 좋을 텐데요. 북한 내부 사정이 있으니까 가능한 한 빨리 승계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서른 살도 안 된 김정은이 과연 2천400만의 주민들을 이끌 지도자로 성공적으로 등장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측근들에 의한 후견 정치가 당분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은보다 그를 둘러싼 지배 권력자들의 재편 구도에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김정은은) 스스로 나라를 통치할 능력과 경험도 없습니다. 그는 2~3년 정도는 장성택이나 리영호 같은 경험 많은 권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다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권력에 균열이 생기고, 그래서 실세들이 권력 다툼을 벌일 경우 후견 정치는 조기에 마감하고 의외의 군사 정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장 확산에 따른 선군정치 약화를 우려하는 군부와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경제 계획 주도권을 쥐려는 당 사이에는 갈등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군부가 갖고 있던 외화벌이 독점권이 흔들리면 개방 반대를 명분 삼아 권력 실세들 간의 이념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