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요즘 '함남의 불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북한에서 함경남도가 뜨고 있습니다.
평소 함경도 사람들을 경계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왜 함남도 주민 끌어안기에 나섰는지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강성대국' 건설의 신조어로 등장한 '함남의 불길'.
함경남도 일대에서 이룩한 경제성과를 전국에 일반화 시켜 내년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보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야심찬 의도가 담긴 구홉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무려 7차례나 함경남도를 찾아가 '주체비날론' 기지로 알려진 2.8 비날론연합기업소, '주체비료' 생산지로 알려진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등을 시찰하고 "함흥시가 강성대국 건설에서 선봉적 역할을 놀아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한 함경남도 내 공업지구뿐 아니라, 단천항, 함주군 협동농장에 이르기까지 농어촌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함남도 주민들을 내세우느라 애쓰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함경남도 사정을 잘 아는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선전과는 달리 함남도내 공장들이 대부분 가동을 멈추었다"면서 북한의 함남도 띄우기에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2.8비날론공장의 경우, 비날론 직장만 조금씩 돌아가고 나머지 직장은 원료와 전기부족으로 가동을 멈추었다"면서 "오히려 중앙의 간부들이 공장에 자꾸 내려와 행사준비 때문에 노동자들만 고생한다"고 반응했습니다.
한국의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8비날론 공장의 비날론 생산시설은 김정일 방문을 전후하여 반짝 가동될 뿐, 평상시에는 8개의 카바이드 생산공정 중 1개 정도만 겨우 가동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자체 홈페이지에 밝힌바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얼마 전 "북한경제가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밝혀, 내부 주민들의 이러한 반응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이 함남도를 내세우는 진짜 이유는 후계자 김정은의 위상을 높이고 주민들의 단합을 유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우선 3대 세습에 불만이 많은 함경남도 주민들을 끌어안기 위한 의도적 행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에서 함경남도 주민들은 대부분 생활력이 강하고,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흥출신 탈북자의 말입니다.
"함흥사람들은 옛날부터 보면 국가배급에 매달리기 보다는 장사 같은 것을 활발하게 벌이고, 어떻게 하든 자기가 살아나갈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나요. 그런 게(생활력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강하니까…… "
이러한 함남도 주민들이 화폐개혁 때 돈을 잃어 북한의 3대 세습과 체제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함흥지역은 해방 후 함경도당 책임비서였던 오기섭을 비롯한 국내 공산주의 세력이 뿌리내렸던 곳으로, 고 김일성 주석도 이곳 출신 간부들을 견제했습니다.
이렇게 뿌리 깊은 반김 정서를 감안해 김 위원장이 함남도 주민들을 다독여 체제불만을 누그러뜨리고, 김정은 주위에 세우기 위해 민심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함경남도 지구의 일군들과 노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들을 평양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함흥시를 찾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화폐개혁 실패가 여실히 드러난 지난해 3월초에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2.8비날론 연합기업소 재가동을 경축하는 10만 명 함흥시 군중대회에 이례적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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