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글 적힌 외국제품 일제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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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당국이 한글상표나 설명서가 붙은 외국제품들을 일제히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상품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주민들은 "장마당을 없애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침저녁으로 고성이 오가던 세관과 장마당들이 요즘 들어 숨죽인 것처럼 조용해 졌다”고 여러 북한 내부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당국이 보위사령부 요원들까지 파견해 단속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처벌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세관과 장마당들에서 우리글(한글)이 적힌 외국상품들을 모조리 회수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한국제품’ 단속이라고 하면서도 우리글이 적힌 중국산 상품들도 무조건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당국은 지난달 15일부터 사전예고도 없이 세관들에서 우리글로 된 상표나 설명서가 붙은 상품들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장마당들에서도 한글 상표가 붙은 외국상품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은 “우리글로 된 상품도 사사(개인)여행자들이 들여오는 것만 모두 회수하고 있다”며 “외화벌이기관이나 무역기관들이 들여오는 상품들은 전혀 회수를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사여행자들이나 개인장사꾼들은 우리글상표가 붙은 제품을 들여오거나 팔지 못하게 하면서도 정작 무역기관들이 운영하는 백화점 매장들에서는 우리글상표가 붙은 외국물품들을 버젓이 팔고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사사여행자들과 돈 많은 장사꾼들은 힘 있는 간부들과 인맥이 많아 세관간부나 장마당 관리원들 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물건을 빼앗긴 사람들의 가족들까지 합세해 한동안 세관과 장마당에서 험악한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중국말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글로 된 상표와 설명서가 있는 제품들을 좋아하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사사여행자들도 일부러 우리글로 된 상품들만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세관과 장마당들에서 우리글이 적힌 외국상품들을 모두 회수하면서도 백화점에서는 우리글이 적힌 외국상품의 판매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장마당을 없애기 위한 사전조취로 받아들여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그는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의 저항이 너무 거세지자 중앙에서 보위사령부까지 파견해 무자비한 단속을 벌리고 있다”며 “단속에 항의하다 걸리면 보위사령부에 끌려가 사정없이 얻어맞고 심하면 ‘노동단련대’까지 간다”고 험악한 현지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