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공안기관들에 주민에 대한 가혹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동 나라들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내린 조치여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이 인민보안부를 비롯한 사법기관들에 주민에 대한 가혹행위를 없앨 것을 강조했다고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보안원들에게 주민들의 물건을 빼앗거나, 구타하는 현상을 없애고 당의 군중노선을 준수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 지시가 내려진 것은 최근 보안원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권한남용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실례로, 지난 1월 경 평양시의 한 구역 보안서 감찰과 지도원들이 '8월 3일 소비품 생산(직장에 돈을 바치고 출근 않는 부업)'을 구실로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장사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 주민 여러 명을 구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가족들이 "어떻게 인민의 보안원이 사람을 죽을 정도로 때릴 수 있느냐"며 중앙당에 신소편지를 올리면서 일이 커졌고, 결국 중앙당 검열이 붙으면서 해당 보안원들이 '당의 군중노선 위반'에 걸려 처벌됐다는 후문입니다.
과거에는 보안원들이 주민들에게 뇌물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구타해도 큰 문제가 안됐지만, 최근 들어 법일꾼들이 주민을 상대로 권력을 남용하고, 구타하면 크게 문제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 같이 북한이 권력기관 종사자를 처벌한 사례는 함경북도 회령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한 회령출신 탈북자는 "얼마 전 회령 장마당에서 악질적으로 놀던 '찝게'라는 별명을 가진 규찰대가 시장규찰대에서 쫓겨났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평소 상인들의 물건을 잘 빼앗아 '찝게'라고 불렸던 그는 옷에 붙은 한국 상표를 문제 삼아 돈을 뜯어내고, 통제품 판매를 눈감아주는 대신 뇌물을 요구해 주민들의 원한의 대상이었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그러던 '찝게'가 시장 주민들의 집단 항거를 받고 회령시 보안서 감찰과 소속 장마당 규찰대에서 쫓겨났다는 것입니다.
2년 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한정민(가명)씨도 "북한에 있을 때 기차 역전 보안원과 장마당 담당 보안원이 가장 보기 싫었다"면서 "장사물건을 운반할 때 뇌물을 갈취하던 역전 보안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분개해했습니다.
한 씨가 보안원에게 바친 뇌물은 고양이 담배 1보루(10갑). 당시 가격으로 1만원이 넘어 그걸 바치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었다고 그는 북한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보안기관에 인권침해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1990년대 중반 '심화조' 사건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북한은 사건을 극단적으로 몰아갔던 책임자들을 총살하는 한편, 각 안전부들에 "죄수들을 구타하고 고문하는 인권침해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고 보안원 출신 탈북자가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당국이 보안원들을 계급투쟁의 투사라며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라고 추어주다가도, 문제가 제기되면 별을 떼고 쫓아낸다"며 "이렇게 하면 주민들은 개별적 법관들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체제에 대한 불만이 수그러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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