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올해 대북 중유지원 예산 배정 안해

미국 의회는 올해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앞으로 대북 에너지 지원을 위해 국무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조건도 엄격하게 제한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는 현재 상원에서 막바지 심의 중인 2009 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의 총괄(omnibus) 예산안에 북한에 지원할 에너지를 사는 데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의회 관계자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 의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북한의 비핵화에 맞춰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 원칙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이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6자회담의 합의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무부가 북한에 지원할 에너지를 사는 데 사용해온 예산 항목은 경제지원기금(Economic Support Fund, ESF)입니다. 2009 회계연도의 총괄 예산안 중 북한에 배정된 경제지원기금(ESF)은 2백5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원 세출위원회 측은 이 예산이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을 증진하는 데(to promote democratization and human rights in North Korea) 사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의회는 지난해 국무부의 대북 경제지원기금(ESF)으로 본 예산에 5천3백만 달러를 우선 배정한데 이어 추가경정예산(supplemental budget)을 통해 5천3백만 달러를 추가로 배정했습니다.

또 의회는 국무부가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해서 경제지원기금(ESF)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조건도 더 엄격하게 제한했습니다. 예산안은 '국무장관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북한이 계속 이행 중이라는 사실을 세출위원회에 보고하지 않고서는 2009 회계연도의 경제지원기금(ESF) 항목으로 배정된 예산을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데 쓸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제한 규정은 지난해 6월 의회가 2008 회계연도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해 5천3백만 달러를 배정하면서 '북한이 합의를 이행 중이라는 사실을 국무장관이 세출위원회에 보고하고 나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 데 비해 더 엄격해졌습니다.

의회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이 단서 조항이 그동안 북한이 6자회담과 관련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회 내의 불신감을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의회 관계자는 북한이 앞으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만 이행한다면 에너지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물론 비핵화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원 세출위원회 관계자도 "국무장관은 국제적인 상황 변화에 맞춰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큰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에너지와 관련한 지원을 받으려면 6자회담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합의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의회는 올해 예산에서 국무부가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을 불능화하는 데 사용해온 예산 항목인 비확산군축기금(NDF)으로 4천1백만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이는 당초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보다 1백만 달러가 늘어난 액수입니다. 의회 산하의 의회 조사국(CRS)에 따르면 2008 회계연도에 국무부의 비확산과군축기금(NDF) 예산 중 2천만 달러가 북한의 핵 시설을 불능화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또 의회는 에너지부의 비핵화 예산도 대폭 늘렸습니다. 이 예산은 앞으로 북한의 핵 폐기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의회는 우선 에너지부의 '핵 비확산(nuclear nonproliferation)' 항목에 2008년보다 1억 4천6백만 달러가 늘어난 15억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또 '세계 위협감축 구상(global threat reduction initiative)' 항목에 2008년보다 두 배 많은 3억 9천5백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한편 의회는 대북 경제지원기금(ESF)과 별도로 대북 라디오방송을 위한 예산 8백만 달러도 승인했습니다. 또 지난해 제정된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에 규정된 대로, 이주난민에 지원되는 예산 9억 3천1백만 달러 중 일부를 탈북자를 위해 사용토록 예산안은 명시했습니다.

상원은 새 정부 출범에 대비해 이제껏 처리를 늦춰온2009 회계연도 총괄 예산안에 대해 이번 주까지 심의를 끝마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