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평양에서 '헬로 키티', '나이키' 등 외국 상품을 사용하는 북한 주민을 거리에서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욕에서 정보라 기자가 전합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은 자신의 관광 일정을 도운 북한인 안내원의 손전화에 헬로 키티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고양이 모양을 한 일본의 유명 캐릭터 상품으로 전세계 여성들의 인기를 얻은 헬로 키티가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용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또 그와 함께 북한을 관광한 유럽인은 미국의 상징인 나이키 로고가 찍힌 모자를 쓴 북한 소년을 평양 시내에서 보고 놀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느 북한 주민들과는 다른 소년의 복장 때문입니다. 나이키 모자를 쓰고 있는 것 만으로도 북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이 소년은 나이키 로고가 머리 뒤통수를 향하게끔 모자를 거꾸로 쓴 데다 서구 사회의 청소년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의 헐렁한 바지와 긴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미, 반일을 주장하는 북한에서 이처럼 미국과 일본을 각각 상징하는 상품이 일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용되고 있는 모습이 모순임과 동시에 북한의 개방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이 미국인 관광객은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지난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유럽의 한 여행사를 통해 북한을 열흘 간 방문했습니다.
평양을 비롯해 원산, 사리원, 함흥 일대를 둘러본 그는 최근 평양에 지어진 유치원과 놀이공원의 현대식 시설, 그리고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 행사의 일환인 대동강 불꽃놀이 행사의 규모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 외 가슴 아픈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평균 신장이 한국이나 미국 등에 비해 최소 1-2인치 정도가 작았고, 남포의 한 고아원을 방문할 때는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지린내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평양이 지방 도시보다는 여러 모로 나을 줄 알았는데 평양의 식당에서 3번이나 정전을 경험했고, 지방 도시의 경우 전기가 안 들어와 암흑과 같은 밤을 보냈습니다. 지방에서는 전기 뿐 아니라 수돗물 공급도 잘 되지 않아 최고급 호텔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욕조 안에 물을 받아놓고 사용하는 형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