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심 ‘영웅’만든 김정은에 비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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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5월 평양시 교통보안원 이경심 씨가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으면서 북한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지요. 하지만, 나중에 그가 영웅이 된 사연을 알게 된 평양 주민들 속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만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하하는 듯한 말들이 많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북한은 평양시 여성 교통보안원(교통순경) 이경심 씨에게 "불의의 정황 속에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 옹위했다"며 공화국영웅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교통보안원 이경심: 교통보안원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응당한 일을 한 저에게 어제는 화선입당을 시켜주시고...

이경심 씨는 이어 후보기간을 거치지 않고 노동당에 즉각 입당하는 등 최고의 영광을 얻었고, 그의 가족들은 중구역 창전거리 아파트로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전광석화처럼 영웅이 된 그의 전후사연을 알게 된 주민들 속에서는 "떡 함지에 엎어졌다"고 부러워하는가 하면 "내 앞에 무궤도가 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우스개 소리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하하는 듯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경심 씨가 영웅이 된 사연에 대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당시 십자길에서 교통지휘를 하던 이경심 씨는 김정은 제1비서가 탄 1호 행사 차량들이 나타나자 곤봉을 들어 전방향 차량을 멈춰 세우고 1호 행사 보장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행사차량과 반대 방향에서 내려오는 무궤도 전차를 발견하고 그것을 달려가 막았는데, 이를 차창너머로 목격한 김 제1비서가 "시대의 전형으로 내세우라"고 지시하면서 일약 영웅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영웅 소식에 가뜩이나 의문을 가졌던 주민들은 이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퍼지자, "이경심이 떡 함지에 넘어졌다"고 부러워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고 사실 그 말 속에는 그게 어떻게 공화국 영웅감이냐는 비난이 내포되어 있다"며 요즘 공화국 영웅메달 가치가 없어졌다고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 평양 주민은 "이경심이 무궤도 한번 막고 완전히 팔자를 고쳤다"고 말하는 주민들의 말 속에는 영웅 칭호를 남발하는 김 제1비서에 대한 비아냥도 섞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원래 이경심의 집은 원래 만경대구역에 있었는데, 부모들이 고지식해서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면서 "하지만, 딸이 공화국 영웅이 된 다음 창전거리 아파트로 이사하고 5장 6기(TV, 이불장 등 가전제품)를 모두 배려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평양일각에서는 이경심을 '무궤도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며, 어린아이들까지도 "내 앞에 무궤도가 좀 나타나봐라, 나도 막았으면 좋겠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생겼다고 그는 최근 분위기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