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파동에도 끄떡없는 평양의 ‘뺑급’

앵커: 북한에서 새로운 경제조치가 취해진다는 소문이 나면서 물가가 급등했습니다. 장마당에 의존해 사는 일반 주민들은 어려운 삶을 살지만, '뺑급'으로 불리는 부유층들은 끄떡없이 부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의 신경제조치 여파로 시장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이른바 '뺑급'으로 불리는 부유층의 삶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을 왕래하는 북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7월 들어 장마당 쌀 가격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어디서 돈이 나오는지 외화를 쓰는 사람들은 잘 쓴다"면서 "학생 아이들에게 손전화를 사줄 정도로 여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 '뺑급'이라고 하면 집에 평면 컴퓨터를 놓고 이동할 때는 노트북을 들고, 허리춤에 핸드폰을 찬 사람을 말한다"면서 "텔레비전도 평면 TV를 설치하는 등 부를 과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대북 상인: 저 사람들도 이젠 눈에 높아져서 디지털 카메라와 얇은(평면) 텔레비전만 요구해요. 두꺼운 것은 이젠 하찔이(저질상품) TV가 됐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브라운관으로 된 색텔레비전을 찾던 북한의 부유층들이 이제는 최신형 평면 TV로 바꾸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북한의 부유층이 자주 이용하는 광복지구상업중심에서 신발 한 켤레가 20달러, 웬만한 가방도 50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중국 상인은 "또 평양의 뺑급 자녀들은 '쪼잔 하게 논다'는 남한말도 곧잘 쓴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새로 개봉됐다고 하면 며칠 내로 평양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돈보다 외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에 있은 물가 파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부터 북한에서 새로운 경제체제가 도입된다는 소문이 솔솔 나오기 시작하면서 물가 급등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국경지역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하루아침에 쌀값이 2배가량 폭등해 시장이 마비되는 혼란이 있었다"면서 "전국의 장마당에서 쌀과 공업품을 팔지 않아 오랜만에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전한바 있습니다.

이러한 물가요동에도 불구하고 부유층들은 달러나 위안화를 보유하고 필요에 따라 북한 원화를 조금씩 바꾸어 썼다는 것입니다.

국경지역 주민들은 "경제 조치가 북한 돈의 가치를 더 떨어뜨렸다"면서 "결국 장마당에 의존해 사는 주민들만 어려워졌다"고 반응했습니다.

한 국경지역 주민은 "경제조치 소문이 나기 전에는 1달러로 쌀 1kg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2달러 가치로 사먹어야 하고, 돼지고기는 1kg에 만 3천 원씩 해서 고기 맛을 보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현재 장마당에서 쌀 (1kg)은 6천원에 거래 된다"면서 "경제조치 소문이후 오르던 쌀값이 7천원을 찍고 소폭 하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경제조치의 여파는 북한의 부유층과 빈곤층 생활격차만 드러냈다고 국경지역 주민들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