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내부 단속용"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24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현재 시험 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 로켓 '은하 2호'로 쏘아 올리기 위한 준비가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0:00 / 0:00

북한이 이처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습니다만, 미국은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을 "내부 단속용"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사회는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준비가 군사용이건 위성 발사용이건 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를 위반한 행위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며 한반도에서 긴장을 높이는 움직임은 미국의 관심을 끌고 한국의 대북 정책을 바꾸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내부 단속"이라는 목적이 크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수행해 아시아를 순방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일본에서 17일 당국자들과 만나 "최근 수개월간 북한의 움직임은 내부적으로 통제가 힘든 사태의 발생을 막기 위한 내부 단속용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당시 면담 내용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한은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후계자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 그리고 2012년 강성대국 진입원년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문제 등을 갖고 있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내부 단속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이 소식통은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정일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에 대해 했던 발언도 북한 내부의 불안정한 상황을 놓고 국무부 내 이견 조율이 있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19일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에서 권력 이양이 평화롭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으며, 북한 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더 도발적인 행동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해 김정일 정권이 처해 있는 불안정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클린턴 장관은 20일 서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울 땐 모든 걸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 북한에 현존하는 정권과 상대하고 있다"고 밝혀 김정일 정권과 협상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 김정일 정권은 핵 문제를 풀고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이 외교 소식통은 해석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하면서 "북한의 핵 야망과 대량살상무기 기술의 확산 위험, 그리고 인권 문제 등을 다룰 능력과 경험을 갖춘 외교관"이라고 소개한 대목도 미국은 북한과 고위급 당국자 간 "포괄적 협상"을 할 준비가 되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지난 1997년 12월부터 2001년 2월까지 한국에서 미국 대사로 일하면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1999년 미국의 대북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입안하는 과정과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 10월 9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그리고 10월 23일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등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입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또 한국에서 대사로 일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측과 긴밀히 교류하며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안을 미국의 대북 정책으로 삼는 데 이바지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미국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클린턴 2기 행정부 시절로 복귀한 셈"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해석입니다.

클린턴 장관의 방한과 때를 맞춘 김 전 대통령의 행동도 눈에 띕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이란 핵 문제보다 해결하기 쉬우니 일괄타결의 모개흥정으로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지난 1월 15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연설문과 기념 시계를 서울을 방문한 클린턴 장관에서 선물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이에 대한 감사의 말을 하려고 20일 저녁 중국으로 떠나기 전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연설문에 담긴) 말씀에 매우 감사한다"며 "저와 남편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시절에 대해 좋고 따뜻한(positive and fond)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북 정책의 큰 틀은 6자회담과 양자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와 미북 관계정상화, 그리고 북한의 인권문제 등을 일괄타결 형식으로 매듭짓는 쪽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탄도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며 한반도 긴장을 높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