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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혜산시 혜산강철공장에서 공장 간부들이 노동자를 구타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간부들에 대한 당국의 형식적인 처벌로 하여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혜산강철공장에서 일어난 구타살해사건 때문에 양강도 주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현지의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혜산시의 한 소식통은 “혜산강철공장 지배인 허만수(64살)가 공장노동자를 타살한 혐의로 6개월간의 무보수 노동처벌을 받았다”며 “명백한 살인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처벌이 형식적이어서 주민들이 크게 열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 검산동에 위치하고 있는 혜산강철공장은 올해 5월, 양강도 현지시찰에 나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방문한 공장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강철공장은 콕스탄(고열탄)을 이용해 쇠물을 뽑는 16톤 능력의 용해로 2기와 지난 2006년에 완공된 40톤 능력의 전기로를 가지고 있는 공장입니다.
이 공장은 파고철(고철)을 이용해 건설용 철근과 압연강판, 일부 설비에 필요한 주물품들을 만들어내는데 최근 전기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파고철의 고갈로 16톤 능력의 용해로 한기만 간신히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중 국경지역을 휩쓸고 있는 파고철밀수로 하여 북한 당국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용해로에 넣을 파고철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살인사건은 지난달 26일, 이 공장 압연직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장경철씨가 작업시간에 슬그머니 빠져나가 술을 마시고 나타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공장노동자들이 파고철(고철)을 계속 훔쳐내는데 화가 난 공장 지배인 허만수가 술을 마시고 나타난 장경철씨를 다그치며 도둑으로 몰자 장씨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거칠게 항의했다는 것 입니다.
사건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혜산강철공장 노동자 정명일(가명)씨는 장씨가 “잘 사는 놈들이 모두 도둑놈들이지 나 같은 거지가 어떻게 도둑놈이 되냐?”고 고함을 지르며 “힘없는 사람을 도둑으로 몰기 전에 저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각이나 해보고 말하라”고 열변을 토했다고 전했습니다.
숱한 노동자들 앞에서 망신당했다고 생각한 지배인 허만수는 저의 심복인 압연직장 직장장과 세포비서에게 “저 자식을 때려죽이라”고 소리 질렀고 직장장과 세포비서, 작업반장들이 달려들어 장씨를 마구 구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배인 허만수도 쓰러진 장씨를 수차례 발길질했다고 정명일씨는 말했습니다.
집단구타를 당하고 쇼크상태에 빠진 장씨는 노동자들의 등에 업혀 주변에 있는 내무군 8총국 진료소에 갔지만 끝내 숨을 거두었고 부검결과 뇌출혈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또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장씨가 공장주변에 살고 있는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려 잠깐 들렸다가 술을 마신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 자인 공장지배인 허만수에게 6개월간의 무보수 노동이라는 가벼운 판결을 내렸고 공범자들인 작업반장 두 명에게는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렸습니다.
소식통들은 공장지배인이 이렇게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 것은 “그가 장군님(김정일) 접견자이기 때문”이라며 “장군님 접견자들은 특별히 봐주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접견자라고 해도 그렇게 뻔뻔스러운 살인자를 어떻게 용서할 수가 있는가. 힘없는 사람들은 죽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세상”이라고 주민들이 노골적인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