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서민도 명절 준비로 바빠

북한 주민들의 설 맞이 풍경.
북한 주민들의 설 맞이 풍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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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올해 농사가 잘돼 북한의 가난한 주민들도 모처럼 명절음식 준비에 바쁘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신년사' 학습과 새해 '첫전투'로 설분위기가 흐려지지 않을까 소식통들은 우려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가난한 주민들도 오랜만에 설명절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고 현지소식통들이 한 목소리로 전해왔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해 농사가 잘 돼 식량가격은 많이 내렸지만 과일이나 돼지고기 값은 더 올랐다”며 “‘때대끼(하루벌이)’로 버티는 집들에서도 떡방아를 찧는 소리가 들려 새해가 다가왔음이 실감 난다”고 지난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설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라 해도 떡이나 콩나물, 해산물 한두 가지는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나마 명절 음식이라도 준비할 수 있으니 올해는 다른 해보다 풍성한 설명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설 명절을 맞으며 군인들에게 공급한 물고기가 장마당에 대량으로 흘러들면서 비록 일시적이지만 장마당 해산물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값이 내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북한의 전기사정은 예년 보다 더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맞은편에 위치한 중국 장백현을 바라보면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며 지난 몇 년 사이 장백현은 현대적 고층아파트들과 압록강 주변 놀이공원을 비롯해 북한의 인민들이 주눅이 들만큼 놀라운 불야성을 일궈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3일간의 명절휴식을 주었지만 새해 첫 아침엔 김일성, 김정일 동상 조문행사와 ‘신년사’ 청취가 의무적”이라며 “새해 ‘첫전투’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휴식은 1월 2일 하루뿐”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새해를 맞으며 특별경비에 들어간 북한의 사법기관들이 국경연선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사고에 대비해 장마당에서 중국산 폭죽을 일제히 단속하고 있다며 공장기업소들은 새해 ‘첫전투’를 위한 거름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다가오는 새해엔 제발 주민동원이라는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소원과 함께 “정세가 긴장돼 인민들이 들볶이는 일도 없도록 북과 남이 함께 신중한 입장에서 서로 노력했으면 한다”고 새해의 소망을 피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