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악한 명절공급 비꼰 신종은어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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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2월에 북한에서 굵직한 정치행사들이 잇따라 열렸지만 명절 공급이 한심해 이를 비꼬는 신종 은어들이 유행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명절공급을 더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불만 심리가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12월 들어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추모행사(17일)와 그의 생모인 김정숙의 97회 생일(24일),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최고사령관추대(24일) 행사가 잇따라 진행됐지만 명절공급이 보잘것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 지방의 한 주민 소식통은 "12월에 정치행사가 너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면서 "하지만, 명절 공급은 직장 다니는 사람에 한해 배급을 조금 주는 외에 별로 없었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설날 명절 공급이라야 고작해서 소주 1병 주는 수준인데, 이젠 이런 걸 바라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사람들은 '주면 좋고 안 줘도 좋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적으로 장마당에 의존해 살아가는 도시 시민들은 돈도 적지 않게 벌어 마음만 먹으면 고기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됐기 때문에 당국이 제공하는 명절물자를 비웃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주면 좋고 안 줘도 좋다"는 말의 어원도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을 강조할 때 항상 "위에서(국가에서) 대주면 좋고 안 대줘도 좋다"고 선전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 말을 교묘하게 개종해 당국을 비난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한편, 열악한 전력난을 놀리는 은어도 생겨난 것으로 알려집니다.

북한 내륙 지방에서 국경으로 나왔다는 다른 주민도 "요즘 평일에는 전깃불이 아예 오지 않고, 행사 당일에만 한 시간 정도 공급했다"면서 "이젠 사람들은 국가 전기가 아니라 태양을 믿고 산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태양은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뜻하는 '인간 태양'이 아니라 자연의 태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는 "조선(북한) 사람들은 텔레비전과 냉장고, 조명 등 전자제품은 모두 태양열 배터리로 해결하고 있다"면서 "낮에 태양열 배터리를 충전시켰다가 밤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전기 사정이 열악해지자, 중국에서 태양열 배터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한때 900위안까지 올랐던 100W짜리 태양열 배터리는 현재 400위안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사람들은 천정에 매달린 전구를 보며 (불이 내내 안 오는)'장식등' 이라고 놀리고 있다"며 "이러한 말들은 음미해보면 당국에 대한 불만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김정은 백두산 강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선전하는 것과 관련해 소식통은 "전기불도 없는 데 무슨 강국이 되냐?"며 북한 내에서도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