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시각 5일 오전. 미국LA 근교 버뱅크의 밥호프 공항에 도착한 미국인 여기자 유나 리와 로라 링이 비행기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애타게 이들을 기다리던 가족과 취재진의 박수와 환호가 축구장 크기 만한 비행기 격납고에 울려퍼집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두 여기자는 가족을 끌어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특히 한국계인 유나 리의 4살난 딸 해나는 5개월 가까이 헤어져 있어야 했던 엄마의 목을 꼭 끌어 안고 놓지 않으려고 해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가족들과 기쁨의 눈물 속에 재회한 여기자들은 도착 직후 로라 링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30시간 전만 해도 우리는 북한에 수감돼 언제든 노동교화소로 보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었다"며 "이제 집으로 돌아와 자유를 누리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로라 링 사운드] Thirty hours ago ---
링 기자는 북한 측이 갑자기 자신들을 잘 모르는 장소로 옮겼는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앞에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한 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이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울먹였습니다.
링 기자는 자신들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수행원들 그리고 자신들의 소속사인 커런트 TV의 소유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두 여기자의 고용주이기도 한 고어 전 부통령도 “커런트 TV의 모든 직원들과 함께 두 여기자의 무사 귀환을 환영한다”며 “특히 이번 일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관여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141일 만에 가족과 재회한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는 지난 3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북한 경비병에게 붙잡혀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5개월 가까이 북한에 억류됐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미국과 북한 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하던 두 여기자의 석방 문제는 3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중재 협상을 위해 전격 방북길에 오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전세기 편으로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북한에 도착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김 위원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한 직후 두 여기자를 특별 사면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던 두 여기자와 함께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짧은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미국 시간으로 4일 오전 북한을 출발해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탈북자문제를 취재하다 북한에 붙잡혔던 두 미국인 여기자의 ‘141일간 악몽’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