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병원 현대화' 지시에 환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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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국의 병원들을 현대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 부담이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들씌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병원들이 새시대 요구에 맞게 의료장비를 현대화하라는 김정은 제1비서의 방침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소식통은 "당창건절을 맞아 각도 인민병원들과 군 병원들을 현대화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하달됐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관계자들이 할 말을 잃고 있다"고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도 병원 렌트겐(X-ray) 장비를 개조하라고 보건부에서 내리 먹이고 있는데 이 설비는 조선(북한)에서는 만들지 못해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기계 한 대당 최소 1만 달러가 넘는다"며, "해산실의 분만실 의료 장비도 최소 수천달러가 넘는 것들을 전부 자력갱생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의 병원들을 현대화하자면 주요 의료설비뿐 아니라 부대시설도 갖춰야 하는데 전기공급이 너무 불안정해 수술 도중 정전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예비 전원으로 태양열 발전기와 축전지를 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남포시의 주민도 "현재 남포시의 시급 병원들도 현대화 작업에 나섰는데, 병원들은 산하 의사들에게 '충성의 자금'명목으로 외화를 걷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의사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외화를 마련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뇌물로 받은 여과담배 등을 팔아 외화계획을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김 제1비서의 병원 현대화 방침이 환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이 주민은 "요즘 시 구역 병원에서 수술을 받자고 해도 담배를 가져가야 하고, 아기를 지우자고(낙태) 해도 디젤유를 가져가야 한다"며 북한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최고 지도자가 외국 유학하면서 본 게 있어 자꾸 현대화 하라고 시키는데, 이는 아래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말로만 무상치료인 북한에서 주민들은 의약품을 대부분 시장에서 구입해 치료해왔지만, 최근에는 의료시설 현대화 비용까지 짊어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