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가까이 방치됐던 105층 류경호텔이 공사 재개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이집트 무선통신회사 오라스콤(Orascom)의 투자로 올 4월부터 공사가 재개된 류경호텔은 최근에는 중동에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한 굴지 회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공사에 더욱 탄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오라스콤이 공사 재개를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건물 완공을 위해서는 3억 달러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에 있는 한 대북소식통은 14일 RF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이 회사는 공사 지원에 대한 대가로 광산개발권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회사가 중국내 현지법인을 만들어 북한의 광산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국영 부동산개발업체 에마르의 회장으로 알려진 알리 알라바르 씨가 류경호텔에 관심을 나타내고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류경호텔 자금지원에 관여했을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알라바르 회장은 지난해 9월 5일 한국의 김포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해 류경호텔을 비롯해 고려호텔, 주체사상탑, 김일성광장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광산개발권을 건네면서까지 류경호텔 공사재개에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김정일 70회 생일이 되는 2012년에 완공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류경호텔은 105층 건물답게 높이만도 무려 323m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 공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광폭정치'에서 비롯됐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추진됐다고 말합니다.
전 조선중앙방송 기자를 지낸 장해성 씹니다.
장해성: 남한의 63빌딩을 의식해 류경호텔을 건설했으며, 김일성 주석이 지시했는데, 류경호텔은 버드나무가 많아서 유경이라고 했던 평양의 옛이름을 딴 것입니다.
류경호텔이 경제성보다는 체제선전용으로 건설됐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류경호텔은 87년 프랑스의 기술과 자본으로 착공됐지만 외부 골조만 완성된 채 92년쯤 공사가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그 동안 4억달러 이상의 외화가 투입됐지만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96년 10월에 열린 세계무역센터협회 총회 이사회에 조건부로 가입하면서 류경호텔를 무역센터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외자유치에 실패해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이후, 이 미완성의 류경호텔은 시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 속에 들어있던 철골이 드러나는 등 흉물스럽게 변해갔으며, 한때 일본 언론에서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는 보도한 바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