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호텔도 물자난...장마당서 식자재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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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국인이나 해외동포들을 수용하는 평양의 호텔들이 장마당에서 식자재를 구입해 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이 호텔 경영도 자력갱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평양을 방문했던 중국의 한 사업가는 대동강 기슭에 위치한 양강호텔을 찾았습니다.

북측 관계자들을 특별히 접대하겠다고 벼르고 호텔 식당을 찾은 이 중국인은 식사 메뉴, 즉 음식차림표를 보다가 계란 후라이(계란부침개)를 시켰지만, 맛보지 못했습니다.

식사 주문을 받던 북한 호텔 접대원이 "요리사가 퇴근했으니, 다른 음식을 시키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요리사가 없어 계란 후라이를 못 만든다는 호텔은 처음 봤다"면서 "당시는 저녁시간이라 한창 손님이 몰리는 시간인데도 요리사가 퇴근했다는 접대원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해가 안됐다"고 소감을 애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동행했던 북한 사람으로부터 "호텔을 자체로 운영하다보니 어렵다는 애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양강호텔이 11층으로, 생김새도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어 웅장해보였지만, 식사 메뉴와 서비스 질은 중국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 느낌이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양강호텔은 대동강과 보통강이 서로 만나는 합수목에 자리 잡은 1등급 호텔입니다.

이 중국인은 "이 호텔에서 아침 일찍 남포 장마당에 내려가 닭, 닭알, 물고기 등 부식물을 사다 음식을 만들어 영업하고 있다"는 얘기를 북한 사람들로부터 들었다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호텔도 물자난을 겪고 있다"고 애기했습니다.

중국인에 따르면, 호텔 측에서 아침 일찍 남포 장마당에 내려가는 이유는 새벽에 가야 물건을 싸게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아침 10시가 지나면 도매가 끝나고, 개인 장사꾼들이 넘겨받은 물건을 소매로 팔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 흐름을 잘 알고 있는 호텔 식당 측에서도 전용차를 배치하고 평양에서 100여리나 떨어진 남포 장마당까지 장보러 다닌다는 것입니다.

북한 경공업성 간부 출신인 김태산 씨도 "물자공급이 잘 안돼 국가에서는 호텔 운영을 자력갱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산: "호텔들이 대외봉사총국 산하인데, 대외봉사총국이라고 해서 원래 국가에서 물자를 공급했는데, 경제가 저 모양이 되다보니 호텔을 운영하는데 국가가 대주는 게 전혀 없어요. 그래서 국가에서 호텔을 자체로 운영하라고 해서..."

김 씨는 이렇게 호텔들이 자체의 힘으로 영업을 해서 나온 이익금을 당자금으로 바치고, 일부는 호텔 운영을 위해 재투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이 호텔들은 북한 돈으로 장마당에서 식자재를 구입해서는 외국인들에게 유로나, 중국 위안화를 받고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북한을 방문했던 재미 교포들은 "북한 호텔 김치가 맛있어서 한 접시를 더 시켰더니 미화 1달러를 내라고 한다"면서 "웬만한 한국 식당에선 김치를 더 달라고 하면 서비스로 주는데, 북한에서 김치 값을 따로 받는 걸 보면 외국보다 봉사의 질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