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평양에서 암시세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결혼을 앞둔 젊은 신랑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50대의 한 북한 주민은 "평양시 암거래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 나이 찬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이 걱정이 많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 북한에서 젊은 사람들이 결혼하면 신랑은 집을 맡고, 신부는 살림도구를 해오는 게 공식처럼 되어버렸다"면서 "신혼집을 구하는 신랑은 능력 있는 남자이고, 못하면 장가가기도 어렵다"고 최근 북한의 주택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결혼을 앞둔 자기 아들도 중심구역에서 좀 멀리 떨어진 외곽에서 집을 찾아 봤는데, 1만 5천 달러 이하 아파트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즘 가을철을 맞아 장마당에서 쌀 1kg에 0.5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식량가격이 내리는 데 비해 집값은 요지부동이라면서 아파트 한 채에 쌀 30톤 가치라고 그는 터놓았습니다.
5년 전만 해도 돈주들이 국가기업소에 돈을 투자하고 대동강 구역에 멋있는 아파트를 짓고, 거기서 좋은 층의 아파트를 배정받아 만 달러에 팔아 넘겨 일명 '만 달러 아파트'라고 불렸던 시대는 이미 '호랑이 담배피울 때 얘기'라는 설명입니다.
현재 그 1만 달러 아파트가 2만 5천 달러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주택가격이 5년 전에 비해 평균 한배 반 정도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평양 주민은 "부모가 아무리 간부라고 해도 본인이 든든한 외화벌이 회사에 근무하지 않으면 결혼하고 집 얻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다는 말을 중국인들로부터 들은 이 주민은 "북한에선 은행에 돈도 없거니와 개인들끼리 서로 믿지 못해 돈을 한 번에 다 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5장 6기(이불장, 찬장, TV 등)를 준비해야 하는 신부 쪽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주민은 "현재 웬만한 고급스러운 이불장은 300달러, 그리고 요즘 추세인 평면 TV와 냉장고 등을 구입하는 데도 몇 천 달러는 있어야 딸을 시집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 때문에 북한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도 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거주하는 또 다른 북한 무역업자도 "과거엔 여성들이 나이만 차면 무조건 시집가는 게 관행이었는데 지금은 비록 남자와 나이차이가 나더라도 경제적 조건을 더 따지는 신세대 여성들의 '행복추구권'이 두드러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신세대 여성들은 시집살이를 하려고 하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선호하고 있어 결혼 연령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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