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담은 '14호 수용소 탈출'의 영어판을 저술한 블레인 하든 씨가 '데이턴 문예 평화상'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이 상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문학을 통해 평화를 증진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scape from Camp 14’ 즉 ‘14호 수용소 탈출’을 영어로 발간한 블레인 하든(Blaine Harden) 씨가 올해 ‘데이턴 문예 평화상(Dayton Literary Peace Prize)’ 비소설 부문의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데이턴 문예 평화상’은 미국 중부 오하이오주의 데이턴 시에서 1995년 체결된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한 ‘데이턴 평화협정’을 기념하기 위한 상으로 해마다 평화와 사회정의를 세계에 알린 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어집니다.
하든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후보로 선정돼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든 씨 : 평화와 인권 등에 기여한 작가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상입니다. 후보에 선정된 것 만으로도 신동혁 씨의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의 하든 씨는 지난해 북한 14호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나고 자란 탈북자 신동혁 씨의 증언을 토대로 ‘14호 수용소 탈출’을 영어로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돼 북한 정치범 수용소 내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 상을 제정한 ‘데이턴 문예 평화상 재단(Dayton Literary Peace Prize Foundation)’의 창설자 샤론 랩(Sharon Rab)씨는 지난 20일 독자단이 평화 증진에 대한 기여도와 작품성을 고려해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하든 씨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난 탈북자로는 유일한 신동혁 씨가 한국을 방문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들 앞에서 첫 증언자로 나선 날 후보자로 발표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습니다.
하든 씨 : 신 씨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유린에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분수령이 된 날 후보자로 선정돼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유엔 조사위원들 앞에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들이 증언한 내용은 반 인도적 범죄행위에 해당되고, 따라서 북한 지도자를 기소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든 씨는 신동혁 씨가 너무나 참담한 수용소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고통을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북한 인권운동가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든 씨 : 수용소에서 간수는 신 씨에게 '아무 쓸모없는 인간 쓰레기'라고 늘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 수용소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는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그가 중요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하든 씨는 신 씨가 삶의 의미와 안정을 찾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공산주의가 싫다며 미그-15기를 몰고 한국으로 망명한 당시 21살의 인민군 대위 노금석 씨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데이턴 문예 평화상’ 수상자는 다음달 24일 발표되고, 상금은 미화 1만 달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