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3만 시대 기획-3] “탈북자를 ‘아저씨’, ‘아지메’로 불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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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남한 입국 탈북자가 3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미리 온 통일'이라고 일컬어지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큰데요. 이에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탈북자 '3만 시대'를 조명하는 세 차례의 기획 보도를 내보냅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는 남측 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의 손광주 이사장이 탈북자 3만 시대의 의미를 전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목용재: 손광주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손광주: 네 안녕하십니까.

목용재: 저희가 탈북자 3만명 시대를 맞이해 기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순서로 손 이사장님을 모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손광주: 네.

목용재: 탈북자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이분들의 숫자가 벌써 3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의미가 큰데요. 이사장께서는 탈북자 3만시대, 의미하는 바가 뭐라고 보십니까.

손광주: 저는 크게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오는 탈북민 숫자가 늘어 난다는 것은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두번째는 탈북민들은 외지인이나 다문화 가정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탈북민들을 받아들여서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이것이 ‘탈북자 3만 시대’가 갖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남북 하나재단에서 지난해 내놓은 탈북자 관련 경제지표를 보니 장기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사장께서는 탈북자 관련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손광주: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재단이 설립됐고 1997년 이 법률이 생겼습니다. 이 법률이 지향하고 있는 탈북민 정착지원 방향은 첫째가 탈북민의 자립과 자활입니다. 탈북민 관련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대다수 탈북민이 열심히 정착하고자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탈북민의 노력과 함께 우리 남북하나재단과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가 노력한 결과 탈북민들의 경제지표가 과거 10년 전과 비교해서 좋아지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한국에 와 있는 선배 탈북민들이 어떻게 해서 정착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도 정착사례 성공 발표회를 합니다. 이와 함께 통일부와 하나재단이 탈북민 정착지원에서 노하우가 상당히 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가지가 합쳐진 겁니다. 그래서 기존의 잘 정착한 탈북민 사례를 보고 뒤에 들어오는 탈북민들이 용기와 희망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정책 측면에서 노하우가 많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목용재: 그런데 북에서 의사를 했던 탈북자가 유리벽을 닦다가 떨어져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잖아요. (손광주: 그렇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의 탈북자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사장께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광주: 그 사건이 발생하고 제가 직접 장례식장에 가서 유족들과 이야기 하고 사고현장도 갔는데요. 헛딛는 바람에 추락사 한 겁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국의 의사 국가고시를 쳐야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의사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온 탈북민 중에 47명이 의사 자격증 취득했습니다. 이중 24명이 현재 의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는 세명이 와서 모두 한의사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도 북한에 있을 때 의과대학, 의사 출신 탈북민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재단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 지원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전문직 종사자 출신의 탈북자들이 남한에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손광주: 기본적으로 전문직종은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법과 제도로 다시 검증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직업군과 대한민국 직업군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전환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의사라든지 간호사, 약사라든지 어느정도 보편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하나재단이 지원해서 그들이 대한민국의 법과제도에 맞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9명의 의과대학 경력자가 있는데 이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지원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계십니까.

손광주: 예를 들어 의사 국가고시를 보려면 기존 출제된 자료집이 필요합니다. 기출문제집인데요. 의료 서적이기 때문에 값이 꽤 비쌉니다. 탈북민들이 사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책을 사서 준다든지 그런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 국가고시를 보려면 실험실도 써야 하는데 대학병원에 의뢰해서 실험실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고려대 의과대학과 강원대 의과대학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보려는 탈북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한편으로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을 특혜나 과잉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사장께서는 이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손광주: 탈북민 정착지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죠. 그리고 ‘특혜다’, ‘과잉 지원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앞서 말한 탈북의사의 추락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원을 더 강화하라는 시각도 같이 있습니다. 그런데 탈북민 지원에 대해서 ‘과잉’이나 ‘특혜’는 복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20년전부터 탈북민 정착지원을 복지부가 아닌 통일부 차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에 말씀드렸다시피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의 큰 철학과 방향은 탈북민이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립의 주체는 탈북민 자신이고 정부와 재단은 이를 지원하는 겁니다. 이 큰 원칙과 방향을 견지하는 조건에서 탈북민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목용재: 재단만큼 탈북자들과 밀접한 기관도 없는데요. 이곳에서 일을 하시면서 탈북자 지원정책 가운데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점은 어떤 점이 있을까요.

손광주: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이나 방향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정착지원의 체계화와 일원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현재 탈북민 정착지원이 부처별, 지자체별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를 종합 컨트롤하는 ‘허브’ 기능이 필요한데 남북하나재단이 이 ‘허브’ 기능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의 큰 흐름이 있는데 통일부는 컨트롤 타워, 재단은 허브기능, 각 지방의 하나센터는 손과 발. 이것이 체계화와 일원화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탈북민들을 차별적 시각으로 보지말고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냥 평안도에서 이사 온 ‘아저씨’, 함경도에서 이사 온 ‘아지메’ 정도로 받아 들이고 직장에서 차별적 시각으로 보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목용재: 탈북자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많습니다. ‘탈북자’, ‘탈북민’, 법률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인데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손광주: 저는 ‘탈북민’으로 씁니다.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행정적인 용어잖아요. 포괄해서 연설할 때는 ‘탈북동포’라고 하기도 합니다.

목용재: 정부가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정부만 나선다고 성공적인 정착이 이뤄지기는 힘들잖습니까. (손광주: 그렇습니다.) 이에 민간영역에서도 탈북자 지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민간영역의 탈북자 지원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손광주: 많은 탈북민 지원 봉사단체가 있고 여러 단체들이 있는데 이들이 지자체와 함께 도움의 손길을 많이 주고 있어 저는 마음 속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정착에서 민간영역이 차지하는 역할은 굉장히 큽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부영역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탈북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천 주민들은 항상 탈북민들을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이 살아가고 도움 주는 것은 정부가 도움줄 수 없는 영역에서는 매우 큰 도움을 탈북민에게 주고 있는 것 입니다. 민간영역에서 탈북민에 대한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고 이것이 탈북민 정착의 토양이 됩니다. 이 거대한 토양 위에서 정부의 탈북민 지원 정책이 꽃피울 수 있습니다.

목용재: 민간 기업의 탈북민들에 대한 노력, 예전보다 개선됐나요?

손광주: 과거보다 조금 나아진 것은 사실인데요. 그러나 괄목할 정도의 변화는 아닙니다. 탈북민들의 이직율이 과거에 비해서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이직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탈북민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평택의 ‘바오스’라는 중견기업이 있는데요. 여기선 탈북민들을 모집해서 일정기간 연수시키고 이 연수생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합니다. 일정기간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거든요. 바오스와 같은 중견 기업이 늘어나면 탈북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탈북민들이 제대로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목용재: 손 이사장님 오늘 바쁜 가운데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광주: 네 감사합니다.

목용재: 지금까지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 함께 탈북자 3만시대의 의미에 대해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