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가족 부검 반대로 사인 미궁 우려....장례식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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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된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의 부검을 유가족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장례식이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됩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해밀턴 카운티 검시관실은 20일 성명을 통해 “웜비어 가족들의 요청으로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시신 외부만을 검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검시관실은 웜비어씨를 부검해 20일 저녁이나 21일쯤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시신과 의료 기록 분석을 통해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고 AP통신이 전했습니다.

현재 가족들이 왜 부검에 반대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웜비어씨의 사인 규명은 그가 억류됐을 당시 식중독균의 일종인 보툴리누스에 감염돼 수면제를 먹고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측 주장의 진위를 밝혀 줄 수 있어 중요했습니다.

신시내티 병원 의료진은 지난 15일 “웜비어씨의 뇌에서 광범위한 손상이 발견됐고, 지난해 4월부터 혼수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며 “보툴리누스에 감염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웜비어씨의 혼수상태를 유발한 원인이 약물 과다 복용이나 목 조르기, 고문 등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대성 스위스 제네바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억류자 문제에 대해 “우리는 국내법과 국제기준에 따라 행동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유가족의 반대에 따라 시신과 의료 기록 분석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돼 웜비어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이 미궁 속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웜비어씨의 장례식은 22일 오전 9시 그가 학창 시절을 보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진행됩니다.

주최 측인 스프링 그로브 묘지는 "웜비어씨 가족과 함께 웜비어씨의 삶을 기리고 싶은 모든 시민을 장례식에 정중히 초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웜비어에게 일어난 일은 완전히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웜비어를 집에 더 일찍 데려왔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씨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과 북한의 오랜 교섭 끝에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고향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로 돌아온 웜비어씨는 병원에 입원한 지 엿새 만인 19일에 결국 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