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납치 생존자, 귀환 10주년 맞아 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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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 납치됐다가 2002년10월15일에 일본으로 귀환한 하스이케 가오루 씨가 귀국 10주년을 맞아 24년간에 걸친 북한 생활을 회상한 책 '납치와 결단'을 발간해 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에 납치됐다가 2002년10월15일 일본으로 귀국한 일본인 납치 생존자 5명은 지난 15일 귀국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부인 유키코 씨와 함께 니가타 해변에서 1978년 북한 공작원에 납치됐다가 10년전 일본으로 귀환한 하스이케 가오루(55)씨는 귀국 10주년을 기념하여 24년에 걸친 북한 생활을 회상한 책 ‘납치와 결단’을 발간해 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이 책에서 “북한에서의 24년은 늘 연금 상태였지만, 북한 당국의 감시하에 7번 북한 국내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1993년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혜산에 갔을 때는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또 1981년 원산에 해수욕을 하러 갔을 때는 동해 바다를 헤엄쳐 이대로 건너면 고향 니가타 앞바다에 도착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이어 2002년10월 일본으로 일시 귀국하기 전 북한 당국이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것이 아니라 고향인 가시와자키 앞바다에서 보트 놀이를 하던 중 해류에 밀려 떠내려 가다가 북한 선박에 구조됐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또 일본에 일시 귀국 명목으로 귀환했을 때 북한으로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자 부인 유키코 씨가 “그럼 북한에 두고 온 딸과 아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울부짖어 부인을 달래느라 크게 고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스이케 부부가 북한에서 결혼해 나은 장녀(30)와 장남(27)은 그로부터 1년7개월 뒤인 2004년5월에 일본으로 귀국해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요코다 메구미 씨 등 다른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일체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모두 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북한 사람들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했을 때 수만, 수십만 명을 강제 징용해 갔기 때문에 일본인 십여 명을 납치한 것은 참새의 눈물 정도로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북한이 국교를 정상화하면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돌려 보낼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다”라고 경종을 울렸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현재 니가타 산업 대학에서 전임강사로 일하면서 한국 문학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스이케 씨가 번역한 한국 문학 작품은 현재 20여 권에 이르고 있으며, 북한에서 배운 한국말 실력을 살려 ‘한국어 입문’이라는 한국 말 교과서를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하스이케 씨 부부와 함께 10년전 일본으로 귀환한 지무라 야스시 부부, 소가 히도미 씨와 미국인 남편 찰스 젠킨스 씨도 각각 고향인 후쿠이 현과 사도가시마에 정착해 살고 있으며, 건강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