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탈북자 범죄자로 내몰아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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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탈북인권연대가 중국 현지 소식통의 도움으로 입수한 탈북자 범인 검거 공고문. 공고문에는 북한 탈영 군인의 이름과 나이, 인상착의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사진-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피랍탈북인권연대가 중국 현지 소식통의 도움으로 입수한 탈북자 범인 검거 공고문. 공고문에는 북한 탈영 군인의 이름과 나이, 인상착의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사진-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앵커 : 혜산시에서 사람을 살해하고 마약을 소지한 채 중국으로 도주한 북한 탈영 군인에 대해 북한 당국이 중국 당국에 체포해 줄 것을 요청한 가운데 중국 공안이 최근 범인 검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북한 군인이 범죄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당국이 찾는 주요 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 보도합니다.

이번 북한군 탈영 사건은 지난달 26일 중국의 범인 검거 공고문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공고문에 따르면 도주한 북한 군인은 조선인민군 소위로 1980년 생입니다.

지난 5월 25일 북한 혜산시에서 사람을 살해한 후 두만강을 건너 중국 장백현으로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이 북한 군인은 마약을 많이 소지한 채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 도강할 때 배낭에 메스암페타민, 그러니까 마약 필로폰을 15kg을 넣고 왔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현재 중국 당국은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범인을 체포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중국은 마약 거래에 대해선 매우 중하게 다룹니다. 만일 이 북한군 장교가 마약 거래에 관여했다면 그 역시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제보한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대표는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공고문에는 북한에서 사람 한 명을 살해하고 마약 15kg을 배낭에 넣고 중국으로 넘어왔다고 하지만,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희윤 대표 : 강을 건넜다고 하면 물이 있기 때문에 습기가 많거든요. 마약은 습기에 매우 약합니다. 그런데 배낭에 15kg이나 되는 마약을 넣고 도강했다는 게 일단 이해가 안 가고요. 또 이런 많은 양의 마약을 과연 개인이 혼자서 소지하고 도강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또한 도 대표는 “최근 들어 중국 공안이 단순 탈북자에 대해선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잘 검거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당국이 탈북자 검거를 위해 무기를 소지하거나 마약을 소지한 범죄자로 통고해 중국 공안이 이를 토대로 검거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탈북자 가운데 범죄자로 몰려 도망다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게 도 대표의 설명입니다. 북한이 쓰는 이러한 수법은 중국으로 도망치는 주요 인물들을 잡기 위해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희윤 대표 : 현재 북중 간의 분위기, 그리고 북한 내부의 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긴장 국면으로 가는 게 아니냐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탈북자에 대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자’로 취급하고 검거하면 대부분 북한으로 송환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이어지고, 탈북자들을 북송하는 중국에 대해 인권적인 부분으로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중국도 살인자나 마약 취급자 등 중범죄자가 아니면 탈북자 검거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