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오스트랄리아 선교사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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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억류했던 오스트랄리아 선교사 존 쇼트 씨를 보름 만에 추방 형식으로 전격 석방했습니다. 75세 고령인 쇼트 씨의 장기 억류는 북한에 여러모로 부담스럽고 정치적 지렛대로도 그다지 쓸모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오스트랄리아, 미국 한국 선교사 중 오스트랄리아 선교사 존 쇼트 씨가 3일 석방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쇼트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특별한 답을 하지 않고 그저 '쉬고 싶다',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쇼트 씨의 석방은 3일 북한 관영언론이 그를 석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직후에 이뤄졌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쇼트 씨가 지난달 16일 평양의 한 사찰에서 종교 선전물을 몰래 살포한 후 체포됐다면서 직접 이를 시인하는 쇼트 씨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존 쇼트: 전 제가 2월 16일 북한 사람들을 모욕한 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전 북한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었고 이를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북한 측은 쇼트 씨의 자필 사죄문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북한에 종교자유가 없다는 미국과 서방 국가 언론의 주장이 부정확하고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오스트랄리아 외교부 측은 쇼트 씨의 석방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면서 그가 최대한 빨리 홍콩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영사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쇼트 씨의 부인 캐런도 언론과의 회견에서 아직 남편과 통화 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석방돼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비교적 단시일 내에 쇼트 씨를 석방한 데 대해 고령인 그의 건강 상황과 최근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에도 관광객으로 방북했다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됐던 85세 미국인 메릴 뉴먼 씨를 42일 만에 석방한 바 있습니다.

75세인 쇼트 씨도 북한에서 건강이 크게 악화될 경우 북한 당국에 쏟아질 국제사회의 비난이 엄청날 것이고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내놓은 참혹한 북한 인권보고서도 쇼트 씨의 이번 석방에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한 푼의 외화라도 아쉬운 북한으로서는 관광객의 잇단 억류로 해외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생길 경제적 손실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를 15개월 째 억류하고 있고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도 4개월 이상 붙잡아 놓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오스트랄리아 국적인 쇼트 씨와는 달리 이들을 미북관계나 남북관계에서 협상 카드, 즉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내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