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탈북자 사회의 미래이자, 통일의 주역이 될 탈북대학생들이 북한인권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하룻동안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서울에서 장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신촌의 한 주점, 2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히 식탁을 오고 갑니다.
주방에서도 청년 몇 명이 음식을 만드느라 바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평범한 청년들과 다르지 않지만 이들은 모두 탈북 대학생들입니다.
남한의 대학생들과 경쟁하려면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이들이 귀중한 시간을 내서 이곳에 모인 이유는 북한 인권을 위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연세대학과 서강대, 이화여대 등 서울의 유명한 대학가인 신촌에 있는 2층짜리 주점을 하루 동안 통째로 빌려서 탈북 대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기로 했습니다.
전문요리사의 꿈을 안고 경기대학교 외식 조리학과에 다니고 있는 김하나 양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자신이 배운 요리 지식이 북한 인권을 위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데 쓰인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김하나: 제가 대학교가 조리학과라서 고향음식을 했었구요, 온면이랑 두부밥 골뱅이무침이랑 일반 안주류 만들고 있습니다.
김하나 양이 만든 섭조개물고기떡국, 골뱅이비빔면 등 여러 음식 중에서 이채로운 것은 강냉이 국수와 두부밥 등 북한 음식입니다.
같은 탈북자들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남한 사람들에게는 접해보지 못했던 북한 음식을 맛보이기 위해서 특별히 만든 것입니다.
드디어 첫 손님이 들어오자 음식 나르는 학생들이 바빠집니다.
<현장음> 어서오세요
익숙치 않는 일이라 서툴지만, 모두 북한인권을 위한 일이라 힘든 줄 모릅니다.
봉사자: 조금 바쁘고 힘들어도 즐겁고 재미있어요.
주점에는 평소에 오던 손님들 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고 특별히 방문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탈북대학생들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면서 많은 곳에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대북인터넷신문에서 일하는 박진걸 씨입니다.
박진걸: 탈북자 학생들로서 북한 인권을 위해서 일하는 분들이 이렇게 기금모음을 하는 것 이 신선했구요. 저도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아서 학생들을 도와드리고 인권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후원을 하는 마음으로 음식도 먹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북한 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팀장도 동생들같이 여기는 탈북대학생들이 대견하다고 말합니다.
이영환: 굉장히 기특하죠. 예전에는 후원을 해주십시오 하고 말로만 하는 것을 떠나서 자기들이 직접 뛴다는 거 자체가 아마 큰 일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거 라고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중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고려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피터 워드씨는 영국 런던에서 왔습니다.
피터 워드: I think it is very well organized, very well organized, and it is really nice to actually see people caring about North Korean human rights, because so often in South Korea, people don’t know and they do not care about North Korea. I have never actually seen North Korean students of my age as well..... 한국에서 북한인권을 위해 뛰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놀랍고요. 저와 같은 나이 대의 북한 인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을 보니 감명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탈북자학생들이 있고 한국 사람들이 있는데 너무 똑같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만나면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과 한국이 하나라는 것을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탈북대학생들의 선배인 북한민주화위원회 강철환 부위원장도 참여해 후배들의 활동을 격려했습니다.
강철환: 제가 92년도에 한국에 와서 대학 다닐 때 탈북친구들이 열한명 밖에 없고 서로 만 나기도 힘들고 동아리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남한 학생들과 할 수밖에 없었고 북한 인권운동은 꿈도 꿀 수 없는 환경에 있었는데 후배들이 이렇게 와서 북한 인권을 위해 서 큰 행사를 하는 것을 보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젊은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남한 대 학가들 에 북한 인권을 알리고 북한민주화를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거 같아요.
이번 행사는 북한인권 탈북청년학생연합의 주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습니다.
탈북청년학생연합의 한남수 대표는 탈북자들 스스로가 직접 나서서 모금 운동을 하면서도 북한인권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한남수: 학생들이 북한 인권활동 하다보니까 선배들과 함께 하는 그런 자리가 없었어요. 선배들을 초청해서 같이 음식도 준비하고 담소도 나누면서 서로 지지도 해주고 그런 계기로 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세미나나 포럼같은 자리는 딱딱한 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자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 민도 풀어보고 함께 얘기도 하고 그런 자리입니다.
대부분이 탈북대학생들로 구성돼 있는 탈북청년학생연합은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남한에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