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세관, 방북 외국인 성경책 반출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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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세관당국이 외국인 방북자들에 성경책을 휴대하게 허용하지만, 출국할 때는 반드시 가지고 나가도록 꼼꼼히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경책이 내부에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한 미국인은 평양순안 공항 검색대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일을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사적 용무로 평양을 방문했던 60대의 이 미국인은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검색대를 통과할 때 검사원들은 가방에서 성경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고 들어가되 절대 두고 나오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에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등을 운영하면서 명목상 기독교 자유국가로 표방하고 있는 북한이 외국인들에게 성경책 휴대를 허용하지만, 내부에 유포하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는 “세관원들이 가지고 들어갔던 성경책과 출국할 때 성경책이 똑 같아야 한다고 특별주의를 주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당국이 기독교 서적 하나만 가지고도 미국인 방문자에게 중형을 들씌운 사례가 있어 특히 미국인 방북자들은 종교문제나 다른 정치문제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으로 2014년 4월 관광객으로 북한에 들어갔던 미국 시민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씨는 북한의 한 호텔에 성경책을 두고 나왔다는 이유로 북한당국에 체포되었다가 석방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 방문기간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를 방문했다는 이 미국인은 주일 예배시간에 북한 목사가 미국을 가리켜 ‘외부세력’이라고 익명으로 표현하는 등 절제된 언어를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몇 년 전 봉수교회를 방문했을 때는 북한 목사가 강단에서 미국을 가리켜 ‘미제국주의’라고 성토해 함께 갔던 미국인들을 당황스럽게 했지만 최근 달라졌다고 이 방문자는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북한 세관당국은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소지한 손전화기와 판형컴퓨터(태블릿 PC), 사진기 등 전자제품 검사를 엄격히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미국인은 “과거에는 세관원들이 본인이 보는 앞에서 손전화와 사진기 등을 검사했지만, 지금은 전자제품을 모두 외딴 방으로 가지고 가 검사한 다음 돌려주었다”고 의혹을 표시했습니다.

북한 세관은 국가안전보위부가 관할하는 부속기관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세관원들은 전부 보위부 요원들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