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한국 정부는 탈북자에 대한 합동심문 기간을 “180일 이내”로 하는 개정안을 지난 6월부터 검토하고 있습니다. ‘위장 탈북자’를 색출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일반 탈북자들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합동 심문’에 이은 ‘보호 결정’을 통해 하나원에서 12주 동안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합동 심문은 국가정보원이 주도로 진행합니다. 일반적인 탈북자의 경우 합동 심문에는 최소 한 달에서 길게는 석 달이 걸립니다.
그런데 지난 6월 통일부는 조사 기간을 “180일 이내”, 그러니까 6개월 이내로 규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담긴 이 같은 내용을 접한 탈북자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탈북자를 지원하는 민간단체들의 모임인 ‘북한이탈주민정책모니터연대’의 김영자 대표입니다.
김영자:
‘하나원에서도 3개월 동안 있는데, 그것도 아주 미치겠는데, (심문 기간을) 6개월로 늘린다고 하면 사람이 돌아버리겠죠’라고 말하거나, ‘이렇게 되면 나중에 무력증이 몸에 배서 사회에 적응하기 너무 힘듭니다’, ‘우리가 간첩입니까? 간첩이라면 조사기간 동안 잡히겠어요?’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정부가 합동 심문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2008년 간첩 원정화 씨 사건에 이어 최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은 북한 공작원이 입국한 사건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데 따른 대응책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자 대표는 “위장 탈북자를 색출한다는 방향에는 적극 찬성”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방법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6월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직후 이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통일부에 제출했다고 김 대표는 말합니다.
김영자: 말이 180일이지, 6개월이잖아요. 탈북 동포들이 수용되는 기간을 (보호결정에 필요한 기간과 하나원에서 지내는 기간) 모두 합하면 10개월 이상 수용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게 좋은 일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김영자 대표는 “개정안에는 조사 기간을 180일 이내라고 못 박았지만, 모든 탈북자들이 일괄적으로 6개월 동안 조사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의 근거로 김 대표는 이른바 ‘10년 조항’을 들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남한 정부는 “체류국에서 10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는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만들어 시행했습니다. 당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도 “정부는 이 조항을 일괄 적용하지 않을 것이며, 개인별로 검토를 거쳐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대표는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시행된 이후로 중국 등에서 10년 이상 생활하다 한국에 온 다수의 탈북자들이 정착 지원금 같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비록 이 문제는 2009년 7월에 다시 개정안이 나와 이제는 해결됐지만, 이번 탈북자 조사 기간의 확대 문제도 바로 이 ‘10년 조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영자 대표는 내다봤습니다. “탈북자에 대한 합동 심문 기간이 180일로 일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당국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탈북자에게 180일을 적용할 경우 조사 기관에 인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6개월까지 연장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일반 탈북자는 지금처럼 약 석 달 정도의 합동 심문을 받게 되며, 다만 국가의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위장 탈북의 혐의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심문을 하기 위해 최장 6개월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그간에는 법률에 조사 기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합동 심문 절차를 임의로 운영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기간을 명확히 함으로써 조사 절차의 투명성을 재고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자의 합동 심문 기간을 규정한 이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며, 시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차관회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