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 가족동반 탈북자 증가세

앵커: 북한에서 한동안 주춤했던 가족동반 탈북이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보위부의 끈질긴 감시와 박해를 참지 못하고 집단적으로 탈출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최근 중국과 마주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국경 일대에서 집을 비우고 온 가족이 사라지는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복수의 탈북자들이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 지방 주민들과 수시로 연락하고 있는 최모 여성의 말입니다.

최씨 여성 : 요즘 가족단위로 달아나는 게 그렇게 많다고. 왜 그러냐고 하니까, 죽으면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살자고 그러지요. 거기(북한)에 가족을 두면 다시 데려가기 힘드니까...

무산군 주민들과 수시로 연락하고 있는 최씨는 "무산군 새골리에서도 8월 15일 밤에 두 가족이 통째로 실종됐다"면서 "해당 인민반과 보위부에서는 이들이 중국으로 튀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2년부터 한동안 잠잠했던 가족동반 탈출이 다시 고개를 들자, 국경 공안당국은 벌둥지(벌집)를 쑤신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가족동반 실종자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최 씨 여성은 북한 보위부의 감시가 강화된 점을 꼽았습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체제 일탈을 막기 위해 보위부가 탈북자 가족을 밀착 감시하고, 회유하고, 돈도 뜯어내기 때문에 "이럴 바에는 죽더라도 탈북한다"는 가족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는 겁니다.

회령시의 가족들과 연락하고 있는 또 다른 탈북자 한 씨도 "탈북 가족들 속에서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는 항일빨치산 구호가 은밀히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계급교양을 강화한다고 주민들에게 빨치산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킨 결과 일탈을 꿈꾸는 주민들은 탈북도 항일빨치산 식으로 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북한을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몸에 독약을 품고 나서듯이 빨치산식 생활방식이 탈북에서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도강 비용이 너무 올라 아무나 원한다고 탈북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그는 못 박았습니다.

이 탈북여성은 "한명 당 최소 미화로 만 달러 가까이 도강비가 올랐는데,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이 지원해주지 않으면 탈북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으로 나온 탈북자들은 근 10년 이상 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상승하는 도강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