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탈북자들 미국보다 한국행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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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제3국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서 미국 망명을 위해 대기하는 탈북자들이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미국에 정착했던 탈북자들 가운데는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에 입국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태국 등 제3국에서 미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들이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들었다고 탈북자 지원단체의 한 관계자가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관계자는 "태국에 있는 한 유엔난민시설에 미국에 가려는 탈북자가 한명도 없다는 이야기를 현지 북한인권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면서 "미국보다는 한국이 정착하기가 낫다는 소문이 돌면서 줄어든 것 같다"고 그 이유를 말했습니다.

그는 탈북 난민들이 미국 입국수속을 마치자면 보통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므로 지루하고, 또 미국 내 탈북자 생활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난민지원 관계자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탈북자들이 제3국에 대기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또 탈북자지원 정책도 눈에 띄게 달라지면서 미국보다는 한국에 가려는 탈북자가 늘었다"고 태국, 베트남(윁남) 등 현지의 분위기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3년 전에 미국 동부에 정착한 한 탈북여성은 중국에 숨어있는 탈북자들로부터 미국생활에 대해 묻는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세분도 미국에 오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처음에 겪었던 상황 같은 것들을 사실대로 이야기 해주었어요. 언어장벽도 너무 높다, 그리고 네가 진짜 일을 열심히 해서 살고 싶은 욕망이 있고, 진짜 자유가 필요하고 공부를 하고 싶으면 오되, 그냥 편하게 살고 싶고 언어가 통하는 곳에서 쉽게 살고 싶으면 한국에 가는 게 낫다고 말해주었어요."

이 여성과 상담을 받은 3명 중 한 명은 그래도 미국행을 택했고, 나머지 두 명은 한국으로 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과거 탈북자들은 미국에 가면 큰 혜택이 있다는 허황한 소문을 듣고 미국을 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100여명을 넘어서고, 이곳에 먼저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미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이 여성은 탈북 난민이라고 해서 미국 정부가 특별히 지원하는 것은 없으며, 전 세계 난민들과 똑같이 대해주기 때문에 단단히 결심하지 않고서는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일부 탈북자들이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년 전에 미국 동부에 정착했던 러시아 벌목공 출신 탈북자 두 명도 두 달 전에 한국으로 입국한 뒤, 아직 소식이 없다고 주변의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서부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 여성 줄리엣씨는 "미국 생활은 본인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요. 어디가도 안 어렵겠어요. 내 정신만 똑바르면 되지요. 사람은 어디에 가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예요. 북한만큼 열심히 살면 어디 가서도 살 수 있어요"

앞으로 사업가가 되길 꿈꾸는 줄리엣씨는 "처음에는 언어 때문에 어렵지만,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