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탈북자들의 남한사회 정착 경험사례 발표대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15명의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겪은 '좌충우돌' 경험담을 털어놨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진솔한 정착 경험담이 4일 서울에 있는 한국언론회관에서 펼쳐졌습니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이 발표대회에는 총 105명의 응모자 가운데 두 차례 예선을 거쳐 최종 발표자로 선정된 탈북자 15명이 참가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정부 기관입니다.
이날 발표장에는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고 있는 100여명의 탈북자들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하나원은 탈북자들이 입국한 후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3개월 동안 적응 교육을 받는 곳입니다.
이들에게는 선배 탈북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새롭습니다. 언젠가는 자신들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웁니다.
발표자들은 남한 입국 후 겪은 좌절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생활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후배 탈북자들 앞에서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광순 씨. 2008년 12월 서울 양천구에 정착한 후 우울증에 걸리고 빚독촉에 시달렸지만 이를 모두 극복하고 지금은 족발집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최 씨는 후배 탈북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최광순 족발집 사장: 저는 하루 세 시간을 잡니다. 도매시장에서 도매 일을 해야 하고요. 아침에는 일찍 나와 김밥을 싸야 하고요. 저녁에는 늦게까지 족발을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행복합니다. 저의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의 웃음을 보면 너무나 행복합니다. 용기를 가지십시오. 나 혼자가 아닙니다.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이 저의 가족입니다.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자존심을 버리십시오. 나를 낮추십시오.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내가 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노력을 하다 보면 꼭 성공의 봉우리가 보일 것입니다.
남북하나재단의 정옥임 이사장은 탈북자들이 겪게 되는 “성공과 좌절, 사랑과 열정, 그리고 인생역전의 감동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이번 탈북민 정착경험 사례 발표대회를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남한 사회가 탈북자의 성공적 정착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결국 성공적 자립은 탈북민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정옥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지금 북한의 현실, 그 1960-1970년대와 같은 암울한 동토에서 여러분이 오셨는데, (여러분은) 진정한 '먼저 온 미래, 먼저 온 통일'이 되셔야 합니다. 그저 '북한에서 온 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노력하셔야 합니다.
정 이사장은 “강인한 생명력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탈북민들이 다가올 통일에 있어 대한민국의 단단한 기둥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이들의 자립을 위해 재단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경험사례 발표대회에서는 서울에서 택배기사, 즉 짐이나 상품 등을 집이나 회사로 직접 배달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김용군 씨가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밖에 최우수상 2명, 우수상 2명, 장려상 4명이 선발됐고, 대상에게 300만원을 포함해 총상금 1천4백만원, 즉 미화로 약 1만3천달러가 제공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