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미국 여성이 자신의 재주를 살린 댄스 교습을 통해 모은 돈을 탈북자 구출에 기탁하기로 해 화제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기업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30대 미국 여성 셰릴 오발(Cheryl Obal)씨는 지난 3월부터 주말이나 주중에 하루를 택해 서울의 실내운동장(Tony Gym)에서 재즈 춤 강습을 합니다. 영어 강사로 일하기 전 춤 강사로 10년 간 일한 경험을 살려 탈북자 구출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발 씨 : 제가 강습소 주인으로부터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매주 춤 교실을 엽니다. 누구든 와서 5천원 미화 약 4달러의 입장료만 내면 강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돈은 전액 '북한정의연대'의 탈북자 구출 운동에 기부합니다.
오발 씨는 3월부터 지금까지 춤 강습으로 모은 돈과 지난 주 자신의 생일에 친구 등으로부터 선물대신 받은 기부금 등을 합쳐 탈북자 한 명을 구출할 수 있는 액수를 모았다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오발 씨가 탈북자를 위한 행사를 한다는 것을 전해들은 친구도 개별적으로 돈을 모아 보탰다는 것입니다.
오발 씨는 오는 11월 영어 강사 계약이 끝나 한국을 떠나기까지 춤 강습을 통해 모은 돈을 탈북자 구출을 위해 기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2006년 9월부터 1년 간 한국과 북한의 군사분계선에서 매우 가까운 파주시에서 영어교사를 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나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오발 씨는 밝혔습니다.
오발 씨 : 6년 전 파주에서 1년 살았는데 그 곳에서 그렇게 가까운 북한의 인권 실태가 그렇게 참혹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북한이 매우 폐쇄된 은둔국가(reclusive and closed state)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북한 주민들이 탈출하다 잡히면 고문과 구타, 공개처형까지 당하고 무시무시한 '정치범수용소'가 북한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겁니다.
오발 씨는 수 년전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국제평화유지와 관련해 석사 학위를 받는 동안 난민과 인권 관련 국제법 등을 배웠고, 최근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담은 ‘14호 수용소 탈출’과 한국의 인권단체가 발간한 ‘전거리교화소’ 관련 책자를 접하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오발 씨 : 지난해 가을 한국에 영어강사로 다시 오게 되면서 '전거리교화소' 등 북한 인권에 관한 책과 자료를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제가 국제인권법에 관한 지식이 있으니 북한 주민이 얼마나 심각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죠.
오발 씨는 책과 자료를 읽고, ‘성공적인통일을만드는사람들’ 이른바 ‘성통만사’와 ‘북한정의연대’ 등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북한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반 인도적 범죄가 자행되는 지 절실하게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전거리교화소’에 관한 책자에 적힌 약 9천 건의 탈북자 증언을 보니 적어도 80퍼센트 이상은 미국, 한국 등에서는 전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기본적인 권리에 관한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인 식량권, 언론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은 자유세계에서 전혀 범죄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발 씨는 한국 체류기간이 끝나면 이탈리아로 돌아가 북한 주민의 인권 등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