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이산가족들의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당국 간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하는 대한적십자사에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우려스런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이 단체 관계자는 말합니다.
“조금 아까도 대구에 사시는 어르신이 전화를 주셨는데, 계속 이렇게 만남도 안 이뤄지고 상황만 악화한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이 워낙 고령이시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들을 두시고 있어요.”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막히면서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을 통해 만남을 꾀하는 이산가족들도 상당수 늘었다고 중간에서 그들을 이어주는 중개인들은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하는 이산가족 상봉은 대부분 탈북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b>조금 아까도 대구에 사시는 어르신이 전화를 주셨는데, 계속 이렇게 만남도 안 이뤄지고 상황만 악화한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b> <br/>
서울에 사는 탈북자 심정숙(가명) 씨는 얼마 전 6•25전쟁 때 헤어진 동생을 찾아달라는 80대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함경북도 명천군에 있는 동생을 찾아 중국에서 만나게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까지 나왔던 동생은 형님을 만나보고 미화 천 달러를 받아서 북한에 다시 돌아갔다고 심 씨는 말했습니다. 북한에 남겨둔 가족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하는 중개인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자, 북에 있는 가족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이산가족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 쪽에서 한국이나 미국 등 해외에 사는 가족들을 찾으려고 중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중국 심양에 사는 중국 동포 김철(가명) 씨는 북쪽 동생의 요청으로 남쪽의 형님과 북쪽의 동생을 만나게 해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나와서 보통 열흘 내지 20일 정도 있어요. 주로 호텔에 묵거나 한국 사람들이 안배해준 집에 묵으면서 이야기하고 잘 먹이고. 돈 전달하고 연락처라든가, 주고받고 잘 먹이고 짐도 5~6개씩 싸주고서 다시 들여보내는 거예요.”
형님을 만나려고 동생이 두만강을 건너는데 국경경비대에 뇌물로 주는 돈은 미화 천 달러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북한의 가족이 중국에 나올 수 없는 경우, 남한에 있는 가족들은 북쪽에 있는 가족의 머리카락이나 혈흔, 손톱 같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DNA검사, 즉 유전자 식별 검사를 해서 가족 친척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개별적으로 가족 친척들을 만나려는 이산가족들의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