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억류 중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데 대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억류자를 선전 도구로 사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웜비어는 자신의 범죄를 시인했지만 아직 그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 관리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웜비어의 기자회견 관련 보도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재외 미국인의 복리와 안전보다 더 우선시되는 것은 없다”면서 북한에 미국인이 억류되면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웨덴 측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리는 이어 북한이 미국에서는 구금은 고사하고 체포도 하지 않을 행위를 빌미로 외국인을 체포, 감금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외국인 억류를 선전 목적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As a general practice, North Korea arrests and imprisons people for actions that would not give rise to arrest, let alone imprisonment, in the United States. There is little doubt that North Korea uses detention as a tool for propaganda purposes.)
앞서 미국 버지니아대학 재학생인 웜비어는 지난해 12월 북한에 여행을 떠났다 지난 1월 2일 출국 직전 평양 공항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당시 북한 측은 그가 미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29일 평양에서 북한 당국이 마련한 기자회견에 나선 웜비어는 자신의 북한 체제 전복 범죄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오토 웜비어:저는 양각도 국제호텔의 종업원 전용구역에서 중요한 정치 구호를 떼어낸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올해 21세의 웜비어는 미국에 있는 교회의 부탁을 받고 미국 정부의 묵인 하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과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여러 차례 억류 중인 외국인을 통해 정치적 홍보에 나섰던 사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 당국은 억류한 웜비어를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미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를 내보였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웜비어 부친은 29일 버지니아 대학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웜비어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실한 사과를 한 것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그를 석방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젊은 나이의 그를 사랑하는 가족 품에 돌려보내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 hope the fact that he has conveyed his sincere apology for anything that he may have done wrong will now make it possible for the DPRK authorities to allow him to return home... I urge the DPRK government to consider his youth and make an important humanitarian gesture by allowing him to return to his loved ones.)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인 웜비어 가족들은 지난 1월초 그의 북한 억류 이후 그와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현재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오하이오주 존 케이식(John Kasich) 주지사는 29일 AP통신에 북한 당국의 웜비어 체포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inexcusable)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그를 석방하든지 아니면 그의 반정부 활동의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케이식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웜비어의 즉각적인 석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의 가족에게 웜비어 억류 관련 상황을 계속 알리라고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