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선교사' 관련 남북접촉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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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의 석방 문제를 논의하자는 남측의 제안을 북측이 거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8개월이 됐지만 해법 찾기는 여전히 미궁 속입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을 오는 17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지난 10일 북측에 제의했지만, 북측은 12일 이를 거부했습니다.

김정욱 씨는 “목사의 탈”을 쓰고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하기 위해 불법으로 북한에 잠입했다가 체포돼 법적 절차를 밟은 것이므로 “왈가왈부할 것이 못 된다”게 북측이 거부한 이유입니다.

이에 통일부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김정욱 씨를 체포해 억류하고 있으며 가족과 변호인의 접견은 물론 당국 간 실무접촉 제의까지 거부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욱 씨는 지난해 10월 초 북한에서 체포돼 지금까지 억류 중이며, 재판에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월 31일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측은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인 3명도 억류 중입니다. 다목적 활용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강승규 고려대학교 교수: 우선 종교인들의 선교 활동을 경고하는 차원이 있고요. 다른 한 편으로는 앞으로 북한이 한국, 미국과 대화할 때 써먹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북측은 2012년 11월 체포한 케네스 배 씨, 지난 4월 체포한 매튜 토드 밀러 씨, 그리고 5월에 체포한 제프레이 에드워드 포울레 씨 등 3명의 미국인을 억류 중입니다.

한국의 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를 협상용으로 활용할 생각은 버린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미국 측이 더이상 전현직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특사로 보내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측도 억류자에 대한 협상용 가치는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해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협상용 가치가 과거처럼 높지는 않지만 활용도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측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찾았던 4월 25일 당일에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 씨를 억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억류한지 보름만이었습니다. 하필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시점에 미국인 억류 사실을 뒤늦게 밝힌 것은 미국의 관심 끌기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반면에 북한은 남한을 상대로는 이같은 ‘관심 끌기’ 조차도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다수의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야 김정욱 씨 석방 문제도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김 씨 억류 문제는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측이 김정욱 씨 석방을 위한 남북 간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적십자 같은 국제기구나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평양에 공관을 둔 국가들과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