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은 법학 교수를 동원해 억류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AP통신이 23일 이례적으로 평양에서 북한 법학 교수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선한 것으로 보이는 이 인터뷰에서 북한 교수들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이 석방되려면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문(official statement of apology)과 그들에 대한 정식 석방요청(formal request for their release)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 억류 문제는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문제며 미국과 북한의 외교 관계가 없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란 억지 주장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젠 사키 대변인은 23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북한 측의 공식사과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젠 사키 대변인: 사과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북한 측의 사과 요구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면서 이같이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AP통신의 북한 교수 인터뷰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억류 미국인들을 정치적 볼모로 활용하고 있다는 극명한 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밀러 씨도 앞서 북한 당국이 주선한 외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고위급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이 개입해야만 자신들이 풀려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억류 미국인 석방을 지렛대로 미국과의 협상을 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이 원하는 미국과의 협상 목표는 미국이 이른바 ‘대북적대시정책’을 버리고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 모든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또 한미동맹을 파기하는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 당국이 지난 21일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제프리 파울 씨를 전격 석방하고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를 거듭 거론하는 배경은 국제사회에 북한이 이성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국제사회가 크게 주목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분산하기 위한 시도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