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대다수 미국인 억류 사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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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현재 미국인이 2명이 억류되어 있는데도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비쳐볼 때 북한당국이 미국인 억류를 대내 선전용보다는 대미 압박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월 21일 약 반년 동안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 씨가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전파를 타고 날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최근 연락이 된 북한 내 복수의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6일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연락이 된 3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미국인이 석방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평안북도에서 연결된 공무원 출신의 또 다른 소식통도 "노동당에서 발간하는 참고신문을 보는 사람들도 미국인 억류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반 북한 주민은 물론 정권기관에서 근무하는 중견 간부들도 파울씨 석방 사실은 물론 노동교화형 15년 형을 받고 2년째 복역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 사건과 지난 9월 14일 재판을 받고 노동교화형 6년을 선고 받은 미국인 관광객 매튜 토드 밀러(24)씨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인 억류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들을 대미 압박을 위한 인질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북한이 미국인 억류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주민들이 접할 수 없다"면서 "주민들은 중앙텔레비전과 중앙방송에서 취급할 때만이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케네스 배씨를 비롯한 3명의 미국인 억류 사실과 재판 소식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물론, 대부분 중견 간부들도 모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북한은 과거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EC-121 격추 사건'때는 중앙방송과 텔레비전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주민들에게 대미 적대의식을 고취해왔습니다.

한편, 북한은 2009년 북한군에 의해 체포됐던 미국 기자 유나리와 로라링의 구속 사실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서야 대내 방송으로 공개했고, 이들의 석방이유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선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