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북, 김일성 생일 대신 성차별 여성 보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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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은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을 기념하기 보다 북한에서 성폭력과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의 인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북한 당국은 김일성 생일을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대신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여성들의 고통부터 종식시켜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부국장 : 김일성은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주장했습니다. "남녀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 있어서 모두 자신의 능력과 기질에 맞는 혁명적 임무를 부여 받고 그것을 수행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는 여성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당원이 되기가 힘들죠.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많은 여성들이 군복무 기간 중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 상납을 요구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쉽게 승진하거나, 반대로 거부한 벌로 군대에서 쫓겨난 경우가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이뤄진 탈북 여성 26명에 대한 성차별 관련 개별조사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올 가을 개최될 위원회 68차 회기에서 북한 여성인권실태 심사를 위한 자료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김일성이 처음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가부장적인 권위가 심각한 북한에서는 군대에서 마저 여성이 성적 노리개가 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마당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착취가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김일성 생일을 맞아 북한의 선전선동에 현혹되지 말고 당국에 의해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는 북한 여성의 일상 속에서의 성차별과 성적 유린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 성적 갈취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권력을 이용한 역겨운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당국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사를 위해 기차를 탄 여성이 적법한 여행허가증이 없다는 구실로 성적 유린을 당할 뿐 아니라 가정에서 남편, 아들, 심지어 이웃에게까지 성폭력과 구타 등의 피해를 입어도 당국에 고발할 수 조차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정폭력을 뿌리뽑아야 할 가정범죄가 아니라 ‘집안일’로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2014년 북한인권 실태에 관한 조사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에 의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해 지적하고, 성폭행, 강제 낙태,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따라서 국제사회는 사회 중심에 서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북한 여성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