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 이산가족, 상봉 진척없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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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한인 이산가족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본격화되는 만큼, 미국 정부와 적십자사도 미국과 북한의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둘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지만, 미국의 한인 이산가족들은 북한에 둔 가족을 생각하며 한숨만 쉽니다.

평안북도 선천 출신으로 미국 워싱턴에 사는 민 할아버지는 한가위 명절에 가지 못하는 고향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합니다.

“명절 때가 되면 특히 북한에 선친을 두고 떠났던 그런 생각이 더 나죠”

미국의 한인 이산가족들은 추석 명절 후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된 것처럼 미국과 북한의 이산가족도 정부 주선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미국 정부나 적십자사는 이산가족 문제로 북한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의회가 국무부의 대북정책에 이산가족상봉을 우선순위로 하고 이산가족조정관 신설을 권고했던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족 상봉의 기대를 했던 한인 이산가족들은 국무장관 면담도 무산되고 이산가족조정관 신설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 이차희 사무총장은 지난 4월 국무부가 의회 이산가족위원회의 공동의장인 공화당의 마크 커크 하원의원이 보낸 편지의 답변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이차희:

커크 의원이 국무부에 이산가족과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는데, 국무부는 이산가족위원회도 만나고 평통 대표도 만나고 또 미국 적십자사와 국제 적십자사와도 협의 중이라고 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지난주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난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놓고 적십자사와 협의했는지, 이산가족조정관을 신설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9월 의회의 이산가족위원회 서신의 답변으로 이산가족의 상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던 미국 적십자사도 이산가족 문제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입니다.

적십자사의 애비 위버(Abi Weaver) 수석공보관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미국에 사는 한인이 가족을 만나겠다는 신청은 한국과 북한 적십자사를 통해서 할 수 있다면서 남북 적십자사에 문의하라고 답했습니다.

그동안 가장 적극적이던 의회의 이산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오는 11월 예정된 선거에 출마한 상태여서 이산가족문제를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이차희 사무총장은 미국의회 선거가 끝나야 의회를 중심으로 이산가족문제를 다시 호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선거 때까지 가족 상봉을 희망하는 이산가족의 수를 지역별로 파악하면서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연로한 이산가족이 대부분이어서 북한의 가족을 만나기를 희망하는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면서 2000년대 초반 1만 명 이상이었던 수가 현재 수 백 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