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 "상봉 정례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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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재개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남북 적십자 회담이 26일 개성에 있는 자남산 여관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시작됐습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상봉의 정례화가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는 올해 76세의 오상환 씨는 금강산에서 오는 30일부터 재개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오 씨는 북에 있는 조카와 조카며느리를 만날 예정이라면서 자신의 생전에 “마지막”이 될 이번 상봉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상환:

(이산가족 상봉장에) 가서 무사히 (상봉을) 마치고 돌아오느냐 못 돌아오느냐, 이게 나는 문제인데… 내가 죽을 나이가 됐는데, 이렇게 간다는 것도 쉽지 않고… 그러니까 한 번 만나보긴 만나 봐야지.

오 씨는 또 “북에 있는 가족을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남한의 이산가족을 위해 이젠 상봉 행사의 정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한국 정부는 남측 이산가족의 규모를 당사자와 가족을 포함해 대략 60만~7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대한적십자사에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9월 말 현재 12만 8천여 명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35%는 이미 사망했습니다.

생존해 있는 8만 3천여 명의 연령별 분포는 90대 이상이 5.5%, 80대가 34.9%, 70대가 36.6%입니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77%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일회성 상봉 행사만으로는 이들 모두가 생전에 북측의 가족을 만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계기로 상봉의 정례화를 북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26일 개성에서 시작된 적십자 회담에서도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한 달에 한 번’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남측 대표단의 단장인 김용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날 개성으로 향하기에 앞서 상봉의 정례화를 위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용현:

우리 이산가족들의 기대가 매우 큽니다. 이산가족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회담에서 북측은 설과 추석을 포함해 1년에 3~4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해 상봉 정례화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를 논의할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겁니다. 북측은 또 남측의 대북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적십자 회담에서와같이 쌀과 비료 등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해 남측은 정부의 검토가 끝나는 대로 입장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남한 정부는 2008년 7월 한국인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피격된 사건 이후로 북측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