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들 “이산가족위 조속 구성”

0:00 / 0:00

미국 의회의 이산가족 기록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상원과 하원 의원은 의회 내 이산가족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4일 약속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처음 열린 이산가족 기록영화 시사회장을 김진국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영화는 미국 사는 오빠를 수십 년 만에 평양에서 만난 두 자매가 애절한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노래) "언제나 그리웠던 오빠야, 꿈결에도 보고 싶던 오빠야, 우리 형제 찾기 위해 눈물 흘린 오빠야, 오빠야.."

'헤어진 가족들'(Divided Families)이라는 제목의 이 기록영화는 한국 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을 한 뒤 고향을 떠나 새로운 땅인 미국에 정착한 4명의 한인 이산가족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30분 분량의 영화를 만든 사람은 이산가족의 손자인 한인 2세 청년들입니다.

미국의 명문 대학인 하버드 대학원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제이슨 안 씨와 같은 대학원의 경영학을 공부했던 유진 정 씨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아는 미국인이 많지 않아서 미국 정부가 이산가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2009년 영화 제작을 결심했습니다.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은 학업을 잠시 미룬 채 미국의 유명한 영화회사에서 일하며 제작 기법을 배우기도 했고,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구하기 위해 2009년부터 미국 각 지역을 다니며 모금활동을 했습니다.

영화 제작을 처음 제안한 제이슨 안 씨입니다.

제이슨 안:

“동부의 뉴욕과 서부 로스 엔젤레스에서 17명의 이산가족을 만나 영화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모금활동도 했습니다.”

영화 ‘헤어진 가족들’은 이산가족 4명의 사연을 소개하며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여동생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평양에 다녀온 이산가족도 있지만, 북한의 가족을 만나게 해준다며 접근해온 브로커에 속아 가족 소식은 듣지 못하고 많은 돈만 잃어버린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나쁜 소식이라도 좋으니 가족 소식을 알고 싶다면서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며 매일 노래를 부른다고 말합니다.

이밖에 마크 커크 미국 상원의원과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인터뷰한 영상도 담겨 있습니다.

이날 시사회에는 마크 커크 상원 의원과 로버트 도드 하원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커크 의원은 미국 의회의 이산가족위원회를 통해 미국 정부에 북한과 이산가족문제를 직접 논의하라고 촉구할 것이라면서 미국 적십자사와도 접촉했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마크 커크:

“미국 적십자사와 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이산가족이 북한의 가족과 다시 만나도록 노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도드 의원은 가족을 다시 만나는 문제를 정치적 거래가 아닌 인도주의 차원에서 조건없이 즉시 시행해야 한다면서 미국 하원에 이산가족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로버트 도드:

“영화에서 보듯이 이산가족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급한 사안입니다. 의회가 이산가족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도록 이산가족위원회를 만들겠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영화화한 ‘천리마 할아버지’의 실제 주인공으로 영화에도 소개된 이차희 미국이산가족상봉협의회 사무총장은 이산가족 영화가 미국 의회에서 상영된 의미가 크다면서 이산가족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함을 미국 의회와 정부에 호소할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차희:

“오늘 커크 상원의원과 도드 하원의원뿐만 아니라 많은 의회 보좌관과 영어권 한인 청년들이 영화를 보면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느끼는 자리였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어떤 홍보활동보다도 더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이날 대중에 처음 영화를 공개했다는 제이슨 안 씨와 유진 정 씨는 영화의 최종 편집 작업을 끝내지 못했다며 내년 2월까지 영화 제작을 마무리한 뒤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산가족 영화가 상영된 미국 의회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진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