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에서 한인 여대생이 한국전쟁 참전 미군과 결혼한 자신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단편영화를 제작 중입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노스리지 4학년 영화제작 전공으로 5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제시카 프로인드(미국명 Jessica Freund·24)씨는7년 전부터 이산가족과 분단의 비극을 다룬 단편영화 각본을 써왔습니다.
이렇게 그녀가 쓴 분단과 이산을 뜻하는 ‘디바이디드’(Divided)란 제목의 단편 영화 각본은 2017년 봄학기 교내 영화제의 20여개 출품작에서 선정된 주요 단편영화 4개에 포함됐습니다.
‘디바이디드’는 함경북도 출신인 그녀의 할머니 고 조순복씨와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 로버트 프로인드씨의 굴곡졌던 인생을 기초로 한 한민족의 아픔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그의 할머니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한 후 휴전선에 가로 막혀 북쪽에 있는 가족과 생이별을 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남편 로버트 프로인드씨와 결혼한 뒤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다 지난 1995년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제시카 프로인드 : 이 영화 줄거리는 1953년 한국 전쟁이 끝날 즈음, 북한군 포로였던 영희와 정숙 자매가 38선을 넘어 자유를 얻고 탈출하는 내용입니다. 영희와 정숙은 제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만든 역할입니다.
그러면서 제시카씨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일랜드계 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와 한국 전쟁은 저에게 늘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제작을 한 이유로 그는 미국에서 한국전쟁이 영어로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고 불려지는데, 한국인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연관 된 슬픈 역사임을 알리고 싶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아울러 제시카씨는 “최근 북한과 관련 된 소식이 핵·미사일 등 매우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할머니와 같이 고통받는 수백명의 이산 가족들의 아픔을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 내기 위해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시카 프로인드 : 한국 전쟁 이후 북쪽의 가족과 헤어지게 된 할머니 이야기를 어렸을 때 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학교나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는 내용이라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이산 가족 문제와 분단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제시카씨는 대학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았지만, 제작비가 충분하지 않아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자신의 웹사이트( www.facebook.com/DividedFilm)를 통해 기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제시카씨는 이번 작품을 5월 완성한 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 등 각종 단편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