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에 사는 한인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감동적으로 그린 기록영화가 17일 저녁 미국 의회에서 상영됐습니다. 상영회에 참석한 미국 의회 의원들은 이산가족상봉결의안 채택을 약속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52분 길이의 기록영화는 미국에서 온 오빠를 수십 년 만에 평양에서 만난 칠십대 두 자매가 애절한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노래) “언제나 그리웠던 오빠야, 꿈결에도 보고 싶던 오빠야, 우리 형제 찾기 위해 눈물 흘린 오빠야, 오빠야..”
‘헤어진 가족들’(Divided Families)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는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한 뒤 고향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한인 이산가족 5명의 애절한 사연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은 이산가족의 손자인 한인 2세 청년들입니다.
2009년, 미국의 명문대학인 하버드 대학 대학원에서 의학과 경영학 공부를 하던 두 청년은 북한에 가족을 둔 조부모가 있다는 공통점으로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영화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은 학업을 잠시 미룬 채 미국의 거대 영화 회사에서 일하며 제작 기법을 배우기도 했고,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구하기 위해 미국 각 지역을 다니며 모금활동을 했습니다.
영화 제작을 처음 제안한 제이슨 안 감독입니다.
제이슨 안 : 동부의 뉴욕과 서부 로스 엔젤레스에서 17명의 이산가족을 만나 영화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모금활동도 했습니다.
의회 방문관의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상영회에는 주최자인 찰스 랭글 미국 하원의원을 비롯한 의회 관계자와 한인단체 인사들, 재미 한인 학생들, 적십자 관계자 등 약 100 명이 참석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랭글 의원은 미국도 남북전쟁을 통해 가족들이 아픔을 겪었다며 한국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찰스 랭글 하원의원 : 내가 살아있는 동안 둘로 나뉜 한반도가 하나되고 가족들이 재결합하며 강국이 되는 모습을 보길 바랍니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의 제리 코넬리 하원의원은 이산가족 상봉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북한 정부를 비난하면서 이산가족상봉결의안이 채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제리 코넬리 하원의원 :잔인한 북한 정권이 이산가족 상봉을 막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가족과 다시 만나는 것을 보장하도록 북한 정권을 압박해야 합니다.
이날 상영회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장면은 2008년 미국 의회에 처음으로 이산가족위원회를 만들었던 마크 커크 상원의원의 등장이었습니다.
커크 의원은 2012년 갑작스럽게 건강이 나빠져서 몸의 일부가 마비되기도 했지만, 병상에서도 미국 국무부와 적십자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이산가족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커크 의원을 휠체어에서 일어나 걸어서 연단까지 이동한 뒤 이산가족을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않겠다면서 하원에 이어 상원에도 이산가족상봉법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커크 상원의원: 미국에 살고 있는 200만명의 한인을 대표하는 상원의원이 될 것입니다. 조만간 뉴저지 주 출신 코리 부커 의원과 상원에도 이산가족 상봉법안을 제출하겠습니다.
한편, 제이슨 안, 유진 정 감독은 이날 의회 상영회를 기해서 이산가족 기록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헤어진 가족들'(Divided Families) 인터넷 주소 www.youtube.com/dividedfamilies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