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ICC와 김정일 제소 논의

MC:

유럽의회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반인류 범죄의 혐의로 제소하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와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하이디 하우탈라(Heidi Hautala)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European Parliament Human Right Sub-committee) 위원장은 7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인권 청문회에서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를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소하는 문제를 협의했다며 앞으로 후속 면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우탈라 위원장은 이어 유럽의회는 유엔을 통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오는 6월 초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이 평양과 서울을 차례로 방문하기에 앞서 대북 인권결의안을 긴급 채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우탈라 위원장은 이와 함께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유럽의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회 관계자는 하우탈라 의장이 지난해 12월 유럽의회를 방문한 탈북자와 인권 관계자로부터 북한의 인권 실상을 들은 이후 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문제를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하우탈라 의장은 국제형사재판소를 방문해 해당 검사와 고위 당국자를 만났으며 김 위원장을 반인류 범죄의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지 여부와 추진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 관계자는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하우탈라 의장이 국제형사재판소 측과 언제 후속 면담을 가질 지 시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조만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영국의 비정부기구 세계기독인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의 티나 람베르트 국장은 유럽의회가 국제형사재판소를 직접 방문해 김 위원장의 제소 문제를 협의한 것은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람베르트 국장은 이날 청문회가 끝난 후 자유아시아 방송과 가진 전화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앞으로 김 위원장의 제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 비정부기구들과 연대해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 등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티나 람베르트: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을 조사해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 각국 정부 등에 알리는 활동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자누스 젬케 인권소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에 유럽연합 공관을 세우고, EU회원국 대사관을 더 확대할 것을 제안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신씨는 수용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죽을 때까지 신분도 없이 살아가며 수용소 안에서 아이들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굶주림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있다고 말해 청문회 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청문회에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도 참석해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이 협력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는 유럽의회 의원과 유럽집행위원회 관계자 와 유럽내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그리고 언론인 등 80여 명이 참석해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습니다.